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도라산 아리랑’ 책으로 거듭나기
연극 <도라산 아리랑>이 한국희곡명작선65(평민사 발행) 단행본 책으로 거듭났다. 한국 극작가협회와 아름다운 분들의 희망펀딩을 통해서다. 한국희곡명작선시리즈 작가로선 지난해 나온 <에케호모>에 이어 두 번째다.
<도라산 아리랑>은 <조통수(祖國統一喇叭手)><뮤지컬 백범 김구> 등을 포함한 내 통일연극시리즈 장막극 중 한편이기도 하다. 때마침 북경기신문사와 쌍둥이 단체인 통일문화재단(이사장 서기원)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정부시협의회(회장 윤상용)와 손잡고 북녘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목도리 운동과 발맞추기라도 하듯 책이 출간되어 뜻이 더 깊다. ‘따뜻한 털목도리로 평화의 봄’을 외치는 통일운동가들의 목소리가 코로나로 얼어붙은 우리네 마음을 녹이고도 남는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은 코로나에 쩔쩔매는 그림이 지구촌을 무대로 한편의 거대한 사이코드라마나 영화를 보듯 낯설고 복잡하다. 그래서 필자는 작가 버릇으로 추리연극 내지는 영화시나리오를 잠시 구상해보기도 한다. 이리하여 결국 생각의 종착지는 어느새 돌고 돌아 <도라산 아리랑>이 2003년 문화관광부 선정으로 무대에 올랐고 책으로 거듭나듯 영화로도 다시 한 번 더 거듭나는 꿈을 대책 없이 그려보고 열심히 가꾸는 것이다.
필자는 일찍이 <어울렁 더울렁>(1986년)에 이어 후속편 <목밀녀>, 두 편의 시나리오로 고(故) 차성호감독과 함께 극영화를 만들어 개봉했었다. 그런가 하면 1988년 국방부 교육영화 <모닥불>(오덕환 감독) 원작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라면 사실 나한테 조금은 아린 기억도 남아 있다.
1994년 필자의 첫 장편소설인 <딘별>(희성출판사)이 출간되면서, 나는 대학로 연단소극장을 무대삼아 <딘별을 찾아서>(강동완 연출)라고 제목까지 바꿔 연극제작 기획에 나섰다. 이때 충무로 쪽에서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감독이 나타나 흔쾌히 얼싸안고 <딘별>을 원작으로 <연애실명제>라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소위 말하는 ‘복합미디어 경영방식’이다. 한 사람의 작가가 쓴 작품을 놓고 소설과 연극, 영화를 동시다발로 터뜨리면 대중상품성과 매스컴플레이에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섰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작비를 마련 못한 영화 쪽의 작업 포기로 대망의 복합미디어 경영방식은 이뤄지지 못했다. 졸지에 나는 그 어렵다는 연극제작자로서 한 달간 초연 공연을 책임지는 무거운 짐을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관객이 몰리고 후원자 여러분과 고향 친구의 도움으로 제작적인 빚은 안 졌으니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딘별을 찾아서>는 신세대 젊음의 열병 치료를 위한 임상실험극이라고들 해서 그만큼 화제를 모았었다.
신춘문예 희곡 <아침놀 저녁비>로 나를 극작가로 데뷔시킨 서울신문은 ‘신세대 사랑풍속도 풍자’라는 기사 제목을 뽑아 공연을 소개했다.
창작 코믹극이라며 젊은 층의 호응 속에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것이다. ‘딘별’은 미국 할리우드의 영원한 청춘스타 ‘딘’과 영어 ‘star'를 합성한 신조어로 X세대의 인스턴트 사랑만을 꿈꾸는 물질만능주의 신세대 여성상을 빗댄 말이다. 요컨대 젊은이들의 신순결관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신세대연극’임을 자처, 웃음 속에 풍자가 깃든,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라면서 “이 작품은 신세대들의 상실감과 꿈, 그리고 투명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단순한 흥미본위 극보다는 젊음의 열병을 치유하는 한편의 ‘임상실험극’으로 보아 달라.”는 작가의 인터뷰 주문 말까지 덧붙였다. 이제 와서 그 시절 영화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새삼 아픔과 추억이 교차한다.
그야 어쨌든 <도라산 아리랑> 책은 중앙의 주요 유력 일간지들 인터넷 디지털뉴스 전면 대문에 표지 광고가 이따금 떠오르는 등 분위기 환경도 괜찮은 편이다. 세상만사 앞일을 알 수 없을진대 과연 꿈이 실현될지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에서 책으로 거듭난 <도라산 아리랑>을 손에 들고 영화를 꿈꾸며 작가가 할 일이 뭔가를 곰곰 생각해보는 요즘이 어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인지 모르겠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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