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세이/ 아직도 아날로그 정서가 묻어있는 기차여행
문화에세이/ 아직도 아날로그 정서가 묻어있는 기차여행
기차여행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아날로그 정서일 것이다. 기차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묻는다면 '“빠른 속도 따위는 필요 없이 천천히
느긋하면서도 여유 있게 달리며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라고 대답한다.
아무리 기술과 과학이 발달해도 기차여행은 이처럼 아날로그 정서가 묻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다. 가끔은 빠른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보들의 행진’은 1975년에 만들어진 한국 영화로, 한국 청춘영화의 대표작이다.
소설가 최인호의 동명 작품을 영화화했다. 감독은 하길종. 윤문섭 이영옥, 하재영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10월 유신 체제에 대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 기차가 등장한다. 주인공 병태가 군 입대를 위해 영자와
헤어지는데 입영열차를 탄 병태가 영자와 키스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기차안의
병태와 기차 밖의 영자는 기차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하자 헌병이 영자를 안아
올려주면서 병태와 키스를 하게 된다. 여기서 기차는 당시 청춘들의 ‘서러움’
이었다.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안도현 ‘철길’ 전문>
안도현 시인의 시 '철길'은 철길을 사람에 비유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길은 혼자서 가는 것보다 둘이 함께 가는 것이 더 좋고 철길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누가 그랬다. 기차여행의 최고 매력은 마주보기라고 한다. 또 버스와는 달리,
기차에 함께 탄 옆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계란이며 군밤이며 과자를
나눠먹기도 하면서 순식간에 친근한 이웃이 되기도 한다.
물론 지금은 기차 안에서도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 광경은 드물다. 요즘은
휴대전화에 이어폰을 꽂고 손바닥 크기의 세상에 몰입할 뿐이다.
지금이야 KTX로 불리는 최첨단의 기차가 우리들을 싣고 목적지까지 가지만
그래도 야간, 완행, 통학, 협궤, 입영, 위문, 통학 등등 열차 앞에 이런 수식어
붙었던 과거의 향수는 지금도 기차를 타면 오롯이 생겨난다. 입석열차
통로계단에 선 채 바깥 풍경을 응시하던 제대병, 모범수의 완행열차 귀향길,
새벽 5시에 통학열차를 타고 졸고 있는 고등학생들 이처럼 기차 안의 사람들은
제각각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기차를 탔었다.
그래서 아직도 기차여행은 아날로그의 정서가 가득 묻어 있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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