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연극 <장부의 길>로 황금돼지해
연극 <장부의 길>로 황금돼지해
연극 <장부의 길>로 황금돼지해를 내 나름대로 소중히 가꾼다고나 할까, 올해가 바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명색이 통일연극 시리즈 극작가로서의 그 기념무대가 <장부의 길>인 셈이다.
<장부의 길>은 매헌 윤봉길 의사 일대기로서 올해 경기문화재단의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민간공모 지원 사업 선정 창작극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조국을 선태한 아름다운 청춘’ 윤의사의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라는 말로 유명한 <장부의 길>(손현규 연출)은 경기도 부천극단 ‘원미동사람들’(이기석 대표)이 지난 4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아트홀에서 초연한 것이다.
미상불 나는 그동안 류중열 연출과 손잡고 <뮤지컬 백범 김구>를 매년 빠뜨리지 않고 10여 년간 천안을 비롯해 군부대 순회공연 등 여러 지역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려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중요한 올해 공연이 연초부터 사실상 어려워졌다. 우리가 아니라도 예의 그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라는 간판을 걸고 여기저기서 국가지원금도 받으며 서로 경쟁하듯 기념무대를 뽐내는데 ‘뭐 굳이 내 작품이 아니라도’하는 식의 위안을 스스로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런데 2009년 창단20주년기념무대 <열대야>로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원미동사람들의 <장부의 길> 공연으로 작가로선 왠지 반전의 심리로 거듭난 기분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통일연극시리즈 작가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탓인지 모른다.
이 공연 날 북경기신문사 현성주 편집국장이 공동상임대표로 참여하고 순수시민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DMZ 평화누리 인간띠잇기 운동’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나는 그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고 마음만 보냈다. 인천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평화누리길 500Km에서 1m 간격으로 손에 손 잡은 인간띠잇기 퍼포먼스가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듯 장관을 이루었단다.
전국적으로 20여만 명이 모였다는데, 그야말로 통일열망과 평화합창 한목소리 축제현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또한 여러 가지 함의(含意)를 품은 황금돼지해를 더욱 빛내는 참으로 뜻 깊은 행사임에 틀림없다. 북경기신문의 모태인 통일문화재단이 의정부본부역할을 톡톡히 해낸 줄 안다. 나는 1999년 ‘99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겨레 손잡기 대회’라는 깃발아래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판문점까지 통일로 인간띠잇기 행사에 동참했던 기억이 엊그제처럼 생생하게 떠올라 가슴이 벅찼다.
아직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가 우리네 조국 한반도다. 나는 6․25전쟁둥이로서 언필칭 통일연극시리즈 극작가임을 감추지 않고 2003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도라산 아리랑>을 비롯하여 <조통수(祖國統一喇叭手)><에케호모><버들피리><색동가죽신> 등등 꽤 많은 통일연극시리즈 작품을 발표해왔다.
이번 <장부의 길> 또한 넓은 뜻(?)에서 거기에 한 편을 더 보태는 모양새다. 일제강점기 조국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윤의사가 남북으로 갈라진 지금의 현실을 하늘에서 바라보는 심정이 어떻겠는가? 윤의사가 그토록 존경한 한민족의 영원한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은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하나 된 조국통일 우리의 소원을 끝까지 부르짖었다.
<장부의 길>을 보면서 이러한 우리의 근대사와 현주소를 허심탄회하게 한번쯤 짚어보는, 요컨대 ‘역사가 숨 쉬는 무대’가 됐으면 참 좋겠다고 팸플릿에 ‘작가의 글’로 밝혔다. 아무쪼록 황금돼지해도 벌써 절반을 넘기는 호국의 달 유월을 맞아 인간띠잇기와 <장부의 길> 공연을 한번쯤 되새겨봄으로서 가까스로 체면유지 하듯 뜨거운 여름의 길목이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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