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기자수첩/ 탕평채 정치
현성주의 기자수첩/ 탕평채 정치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실종되었다. 국회가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남 탓으로 돌리면서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했다. 즉 화합과 통합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이라고 호소한 것이다. 화합(和合)은 화목하게 어울림이고 통합(統合)은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 따위를 하나로 합침이다.
지금과 같이 정치가 실종된 환경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여야 정치인들은 화합과 통합을 가지고 서로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지역의 시의원이나 도의원들 중 몇몇은 상대방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인정하지 않거나 폄훼하면서 자신만의 역할만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생각을 내려놓고 새로운 지역사회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실종된 정치를 즐기면서 혼란과 파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인가는 정치인들과 시민들 모두의 몫이다.
화합과 통합의 의미가 담긴 음식이 있다. 바로 탕평채(荡平菜)다. 조선의 21대 임금 영조대왕은 당쟁의 조정에 힘썼고, 균역법(均役法)을 실시해 양역(良役)의 부담을 줄였다. 한편 사회변화에 대응해 실학(實學)의 진작 및 문화 창달에 노력하는 과정에서 붕당정치를 막기 위해 하사한 음식이 탕평채다. 탕평이라는 말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는 의미다. 영조대왕이 펼쳤던 탕평책은 당쟁을 해소하기 위해 각 당파에서 고르게 인재를 등용하는 제도였다.
즉, 조화와 화합을 위해 공평함을 추구했던 것이다. 탕평채는 이런 의미를 표현이라도 하는 듯 재료들의 오색빛깔이 어우러져있고 맛, 영양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음식이다. 어느 한 재료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재료가 주연이고 조연이다. 녹두묵, 고기볶음, 미나리, 김 등을 섞어 만든 청포묵 무침이 탕평채의 주재료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통합과 화합이다. 물론 우리 사회는 이질적이고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탕평채처럼 지혜롭게 하나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보수도 진보도 다 같이 중요하다. 이제는 서로 소통하면서 상대방을 인정해야 모든 분야에서 발전 할 수 있다.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가 있다. 이을 연(連), 이치 리(理), 나뭇가지 지(枝). ‘연리지’는 뿌리는 둘인데 가지가 서로 손을 맞잡아 몸통은 하나가 된 나무다. 좁은 공간에서 나무가 가까이 자라면, 한 나무 분량의 영양분과 햇볕을 두고 두 나무가 서로 싸운다고 한다. 싸움에서 진 나무는 죽을 때도 있는데, 연리지는 그렇게 싸우지 않고, 서로 손을 맞잡고 사이좋게 한 몸으로 자란다. 공생의 화합을 설명할 때, 연리지가 많이 인용된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연리지는 혼자였을 때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면서 서로의 장점을 살려준다고 한다. 뿌리는 하나이면서 가지가 하나로 연리지 나무는 원래 빨간 꽃을 피운 것은 계속 빨간 꽃을 피우고 노란 꽃을 피운 것은 그대로 노란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한 몸으로 자라면서도 자신의 성격과 기질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정치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이 서로 양보하고 인정하면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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