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 컬럼 '평화의 밥상공동체'
의사의 권유로 산을 좋아하게 되었다. 전에는 할 일 없는 사람 또는 한가한 사람들이 산에 간다고 생각을 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보고 왜 산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산이 좋아서 산에 간다고 했다. 참 어이없는 대답이라고 일축해 버렸는데 내가 산을 좋아하게 되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에 다닌 지 어언 18년이 되었다.
대학시절 어느 교수가 감기약 중에 특효약이 있다기에 눈이 번쩍 떠지면서 귀를 기울였다. 처방은 간단했다. 등산이 감기약 중에 특효약이라고 해서 실망했다. 그런데 18년 동안 산을 좋아하다 보니 산을 좋아하는 동안 한 번도 감기몸살로 아파본 적이 없다. 참 좋은 감기약이 등산 일 줄이야 이제야 깨달았다.
의정부에는 산이 많이 있다. 의정부뿐만 아니라 경기북부쪽에는 유난히 산이 많다. 산이 많아서 의정부가 좋다. 남쪽은 수락산, 북쪽은 천보산, 동쪽에는 먹골배로 유명한 불암산, 서쪽은 도봉산이 자리잡고 있다.
필자가 즐겨 찾는 산행코스는 사패산을 따라 포대 능선 계곡에서 북한산 성문을 지나 도봉산 자락으로 내려오다 보면 유명한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도선사다. 도선사에 발을 멈추고 흘러내리는 산수를 마신다..... 또 사찰에서 베푸는 공양에 지친 산행길에 쌓인 피로가 한숨에 씻은 듯이 사라지고 새 힘이 솟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지만 옛말 그대로 절밥이 꿀맛이다. 산행도 좋지만 도선사나 망원사에서 먹는 공양식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식사가 아닐 수 없다. 대웅전에 써 있는 주련(柱聯 시방세계 무여불)은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세속에 물든 오욕을 소낙비에 씻어내리듯 했다. 지나가는 산행인에게 베푸는 공양(밥)처럼, 밥을 나누어 먹는 세상이 낙원이 아닐까?
밥상은 밥이 있어도, 없어도 밥상. 밥이 있고 반찬이 진수성찬이라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밥상, 혼자만이 밥을 먹는 밥상을 생각해 본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밥상공동체’라고 참 좋은 말이다. 성서에서는 교회를 ‘밥상공동체’라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문산에 있는 어느 교회는 색다른 조직으로 운영한다. 밥상공동체, 축제팀, 아름다운 가게팀, 푸드뱅크팀을 두고 교회 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호응이 짱이다.
세상에서 슬픔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밥을 혼자 먹는 것이 슬픔이라고 한다. 혼자 먹는 밥상 밥은 맛이 있을까? 지난 여름 북한 땅에는 비 피해가 심했고 설상가상으로 식량 걱정까지 이만 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밥상공동체 의식으로 남과 북이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통일이 먼 훗날의 꿈이 아니라 현실 속에 이루어질 수 있는 통일이 아니겠는가? 밥이 없는 곳에 밥을 주고, 밥상이 없는 밥상에 밥을 차려 준다면 통일 축제 한 마당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도 보수세력은 변화된 세상을 외면하고 있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한 마디로 밥상공동체의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의 영화에서 보는 한반도의 비극은 이 민족 역사의 살아있는 산 교훈이다. 땟거리를 걱정하는 서민, 천재지변으로 울음바다가 된 남과 북, 밥이 없는 밥상에 밥이 있게하고 밥이 있어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면 평화통일의 꿈이 ‘밥상공동체’ 안에 있지 않을까... 글/ 서기원 논설위원(의정부의료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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