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연극 ‘도라산 아리랑’ 현장 찾기
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연극 ‘도라산 아리랑’ 현장 찾기
지난 11월 16일 한국극작가협회(이사장 선욱현)의 ‘통일소풍, DMZ 걷기’에 참가한 감회가 남달랐다. 나로선 2003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연극 <도라산 아리랑>의 현장 찾기인 셈이다. <도라산 아리랑>은 극단 완자무늬 김태수 대표가 연출한 대학로극장 초연 후 삼일로 창고극장과 광진구 정보도서관에서도 공연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2011년 서울 중구 구립극단 정대경 연출이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막을 올렸다.
이 연극무대의 배경 발원지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도라산역 현장은 작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쉽지만 찾을 수 없었다. 도라산역이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말고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열차운행조차 중단됐단다. 사실 나는 도라산역에서 양손에 들고 깜짝쇼 기념사진 찍을 예의 그 <도라산 아리랑> 연극 팸플릿들까지 준비해간 터다. 그야 어쨌든 도라산 전망대가 통일 소풍의 마지막 목적지가 됐다.
오전 8시 30분 대학로와 가까운 창경궁 주차장에서 전세 관광버스가 출발하여 임진각에 도착, 모두들 하나같이 통일된 한반도기를 들고 생태탐방길부터 걷기 시작하여 곤돌라 탑승, 평화정을 둘러보았다. 도라산 전망대 올라가는 길목인 DMZ 통일촌 장단콩마을에서는 두부 전골과 청국장 된장찌개가 별미인 장단콩 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통일촌을 둘러보는 젊은 극작가 회원들은 그곳의 작은 초등학교가 신기하다는 듯 관심을 보였다. 대한민국 어느 농촌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동화 속의 아름다운 학교 같은 데도 말이다.
우리 일행이 도라산 전망대로 옮겨 거기 꼭대기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인 한반도 북녘땅부터 바라보고 도라산역도 어림잡아 본 후 나는 잠시나마 혼자 산책을 즐겼다. 그야말로 남북 하나의 푸른 하늘 아래 울긋불긋 조국 강산의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통일 염원 평화의 길 걷기를 하면서 2020년을 갈무리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연극 ‘도라산 아리랑’ 현장 찾기
6․25 전쟁둥이인 나는 출생의 원죄(?)처럼 그동안 <도라산 아리랑>을 비롯하여 <전쟁둥이(원제․ 조통수祖國統一喇叭手)><에케호모> 등등 통일연극시리즈랍시고 여러 편 꾸준히 선보였다. 내가 <돈><술꾼><곡쟁이 여자>를 포함해 몇 편의 1인극, 모노드라마에 매달리는 것 또한 통일, 즉 하나라는 깃발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밝힌다.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70년이라는데 그것을 기념하자는 게 아니라 ‘잊지 말자’는 뜻에서 ‘6․25 동족상잔 70년 통일연극시리즈 희곡’이라는 명패를 달고 이른 봄부터 일찌감치 본지에 <색동가죽신>을 연재했었다. 그것이 지면을 통한 ‘통일 불쏘시개’였다면, 여름엔 또 하나의 통일극인 <뮤지컬 백범 김구>(류중열 연출) 충남지역 중․고둥학교 순회공연이 안병경 배우를 김구 역 주인공으로 무대를 달구었다. 어느덧 가을을 보내며 내년 초 희곡 단행본 출간도 예정된 <도라산 아리랑>의 연극 현장을 찾음으로써 이런 식으로나마 한국문인협회 남북문학교류위원이자 통일문화재단 이사인 전쟁둥이 작가의 올해를 갈무리한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감회가 새롭다.
어느덧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는 집행부의 알림이다. 나는 서둘러 통일소풍 인증사진을 동료작가의 촬영 솜씨로 ‘도라전망대’ 머릿돌을 벗 삼아 찍는데 문득 남북합창소리가 의식 저편에서 환청으로 들렸다. 그것은 <도라산 아리랑> 연극 마지막 대단원 피날레 합창곡인 것이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로 뭉치듯 마음속으로 목청껏 함께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오랜 세월 짓밟혀온 당신과 나의 가슴 속에/ 어둠 뚫고 새벽 열리듯 눈부신 태양 솟는구나/ 우리 모두 손잡고 통일을 노래하자/ 가슴 열고 노래하자 하나가 되었구나/ 아리랑 아리랑 도라산 아리랑 힘차게 울리는 기적소리/ 아리랑 아리랑 도라산 아리랑 희망을 싣고 달려간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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