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이제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학생들은 아침마다 컴퓨터를 켜면서 익숙하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르고 화상으로 선생님과 만난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 받아들이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아침 조회를 하고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며 수업을 받는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로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근무를 한다. 불과 일 년 전이면 상상도 못할 광경들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의 ‘가지 않은 길’은 매우 유명한 시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
/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
/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지으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하였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우리사회는 물론이고 전 세계는 지금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인 것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은 인생의 선택지에 관한 시다. 사람은 누구나 앞에 놓인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가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해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한숨을 쉬며 후회할지 모른다고 노래했다. 하지만 제목 때문인지 종종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다짐의 의미일 수 있으나 요즘은 ‘전대미문의 사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로 코로나19사태로 우리나라도 그렇고 전 세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로 들어서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산속을 걸어가던 한 나그네가 두 갈래 길을 만났다. 잠시 고민하던 나그네는 신발 한 짝을 하늘로 던졌다. 그리고는 신발이 떨어진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두 길을 마주한 나그네는 참으로 암담하고 두려웠지만 나름대로 ‘신발 점’을 사용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안정감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이런 방법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퍼진 지구촌은 '가보지 않은 길'을 이제 막 들어서기 시작했다. 듣도 보도 못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으며 마스크를 착용안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 할 수 없게 되었고 교육 분야는 '온라인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연과 문화 분야 역시 인터넷공연이 일상화되고 있다. 스포츠분야는 '무 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구촌의 하늘과 바닷길을 끊겼으며 대문을 걷어 잠갔다. 많은 나라마다 스스로 고립과 봉쇄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적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의 상황이 하늘의 뜻이든 누구의 뜻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이겨야하며 견뎌야 하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의 어느 교회처럼 “설마 우리가”라며 정부의 방침을 어겨 엄청난 피해를 주었으면 안 되는 것이다.
‘혹시’라는 생각으로 만약을 대비하면서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조심하고 적응하면서 걸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일 년 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래를 생각하고 꿈도 꾸어야 하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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