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플러스/ 미국 대통령선거와 한반도 평화(상)
평화 플러스/ 미국 대통령선거와 한반도 평화(상)
*이 글은 이재봉 교수(원광대)가 2020년 8월 9일 전주YMCA에서 열린 <전북기독행동> 주관 평화통일 기도회에서 강연한 내용과 9월 27일 광화문아침에서 있을 <통일학당> 주관 통일포럼에서 강연할 내용 일부를 정리한 것을 본보에 2회에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미국 대통령선거가 2020년 11월 3일 실시된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이기에 좋든 싫든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공화당후보가 재선되든 조셉 바이든 (Joseph Biden) 민주당후보가 당선되든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투표일을 약 80일 앞둔 8월 중순 미국 주요 언론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8% 정도 앞서는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다.
선거전문 매체들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승리확률이 30% 대 70%라고 예측한다. 사설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해온 대형 신문들은 대개 바이든을 지지하며 그의 승리를 전망하고 기대하는 듯하다. 이 무렵 바이든이 카말라 해리스 (Kamala Harris) 상원의원을 부통령후보로 지명함으로써 언론의 각광과 지지자들의 환호를 더욱 크게 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또는 비백인 여성 후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트럼프를 선호한다. 그가 재선되길 기대하고 그렇게 되리라 예상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다.
1. 트럼프 재선을 기대하는 이유
2016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 여기저기서 트럼프 후보를 선호하는 강연을 많이 했다. “그가 비록 성차별, 종교차별, 인종차별을 일삼으며 온갖 막말을 쏟아내더라도 수천수만 무고한 사람이 개죽음 당하는 전쟁은 단 한 번이라도 덜 할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의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와 트럼프의 고립주의 (isolationism) 대외정책 공약을 비교하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건국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진 세계문제에 될수록 개입하지 않는 고립주의를 내세웠고, 대전 이후엔 초강대국으로 떠올라 세계경찰을 자임하며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국제주의를 앞세웠다. 그 결과 1945년부터 지구 곳곳에서 200번 넘게 전쟁에 뛰어들며 어느 나라보다 전쟁을 많이 하고, 잘하며, 좋아하는 세계 제1 호전적 국가가 되었다. 이런 터에 트럼프가 ‘미국 제일주의 (America First)’와 고립주의를 들고 나왔다.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나 지원을 줄이고 군대 해외파견을 억제하거나 이미 외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세계경찰 같은 광범위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직접 침공 받지 않는 한 될수록 무력개입을 자제하겠다고도 했다.”
2016년 11월 여론조사 결과 및 일반 예상과 달리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2017년 1월 취임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험악한 말을 쏟아냈다. 8월 북한이 ‘화염과 분노 (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9월엔 유엔 연설을 통해 북한을 ‘전적으로 파괴할 (totally destroy)’ 수 있다고 협박했다. 금세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남한에서는 그를 ‘호전광’이라 부르며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1월 그의 한국방문 반대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나는 전쟁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그를 옹호하는 강연을 펼쳤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독립했고,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했으며, 전쟁을 통해 초강대국이 되었고, 전쟁을 통해 세계패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쟁을 좋아하지도 않고 미치지도 않았다. 호전광이 아니라는 말이다. 긴장을 고조하며 곧 폭격할 듯 위협하는 등 미친놈처럼 굴며 상대의 기를 죽여 양보를 받아내는 ‘미치광이 전략 (madman strategy)’을 쓰는 것이다.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인데, 자신은 최소한 내어놓고 상대방에게서 최대한 받아내는 효과적 협상술이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는 경제원칙 아닌가. 그는 비도덕적이지만 교활한 장사꾼 출신의 유능한 협상가다.”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6월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자, 남한에서 트럼프에 대한 인기와 지지도가 하늘로 치솟는 듯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에서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그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 2019년 가을부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가 불거지자 남한 사회는 그를 규탄하며 크게 반발했다. 통일운동가들은 방위비분담금 대폭인상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나는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강연을 하거나 글을 썼다.
“트럼프의 대외정책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가 한국과 관련되어 있다. 조건부 주한미군 철수다. 한국이 방위비를 전적으로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게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라는 것은 2019년 가을 뜬금없이 들이댄 압박이 아니라, 2016년 그의 대선공약이었다는 말이다. 한국이 3년 전 그의 당선 직후부터 대비했어야 할 문제이지 지금 호들갑떨 일이 아니다. 미국의 6조원 요구가 ‘불법적이고 부당하다’고 비난하는데, 그는 불법적이든 합법적이든 부당하든 정당하든 개의치 않는다.
자신과 미국의 이익을 챙길 뿐이다. 대개 연간 10% 늘리던 금액을 100%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서로 양보하자며 40-50% 정도 인상으로 합의하기 쉽듯, 500% 증액하라고 압박하면 줄다리기하다 200-300% 인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그게 협상 귀재 트럼프의 노림수 아니겠는가. 한국은 미군이 꼭 필요하면 웃돈을 줘서라도 붙들어야겠지만, 필요치 않으면 나가라고 하면 된다. 방위비분담금 대폭인상을 반대한다면 소폭인상이나 현상유지는 찬성한다는 뜻 아닌가. 통일운동가들이 주한미군 필요 없다며 철수를 주장해야지 분담금 대폭인상을 반대함으로써 미군주둔 자체를 당연시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트럼프가 2017년 1월 취임해 2020년 8월까지 3년 반 재임하는 동안 세계경찰을 포기하며 ‘제국주의 미국’을 스스로 크게 무너뜨린 것은 세계평화를 위한 가장 큰 업적이라 생각한다. 미국민들에겐 재앙이요 불행일지라도 반전평화 진보세력에겐 축복처럼 잘된 일이다. 그는 망나니 같지만 지금까지 대선공약을 잘 지켜온 편이다. 주한미군 철수 공약까지 지킬 수 있도록 그를 지지하며 활용하는 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는 사익을 위해 의회와 여론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통 정치외교 경력 없는 돈 많은 사업가 출신으로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재선되면 2017년부터 꿈꿔온 노벨평화상을 다시 노리고 북한과의 협상을 즉각 재개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까지 이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에 반해 바이든 민주당후보는 미국의 정통외교에 물든 사람이다. 당선되면 국익을 위해 참모들 의견 경청하고 의회와 여론 중시하며 동맹 강화에 힘쓸 것이다. 앞에서는 점잖고 정중하게 미소 지으며 뒤로는 군산복합체 이익을 챙겨주는 전형적 대외정책을 펼칠 것이란 말이다. 남한의 방위비분담금을 ‘합리적으로’ 조금씩 인상하며 동맹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엔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북미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남북관계의 큰 진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는가. (다음호 계속)
글/ 이재봉(원광대학교 평화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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