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 나들이 '탕평채(蕩平菜)'
우리음식 나들이 '탕평채(蕩平菜)'
탕평채라는 음식은 녹두묵에 고기볶음 미나리 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다. 큰 그릇에 숙주와 고기 볶은 것, 미나리, 파, 마늘 다진 것, 깨소금, 기름, 실고추를 넣고 간을 맞추어 잘 섞은 뒤에 묵과 김을 넣고 초와 설탕으로 간을 맞추어 접시에 담는다. 지단과 실백을 얹어 상에 내놓는다. 봄·가을철에 입맛을 돋우어 주는 건강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탕평(蕩平)’이란 ‘정복하여 깨끗이 소탕한다’는 뜻으로 조선 중기 이전에는 ‘난을 평정한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조선의 21대 임금 영조(1694년~1776년)가 당파 간의 대립과 분쟁을 해소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탕평책이었다.
하루는 영조가 신하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 녹두묵 무침이 나왔는데 영조가 이 음식을 탕평채라고 부르자고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청포묵과 여러 색깔의 나물이 고루 섞여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을 보고 당시 당쟁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임금이 아예 음식 이름에까지 탕평, 즉 공평하게 고루 인재를 등용하자는 뜻이 담긴 이름을 붙일 정도로 당쟁으로 일어나는 정치적인 비극을 막고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임금의 뜻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녹두묵 무침이 탕평채가 되면서 음식 재료도 달라졌다. 탕평채에는 청포묵과 쇠고기, 미나리, 김을 재료로 하는데 각각의 색깔은 각 당파를 상징한다. 청포묵의 흰색은 서인, 쇠고기의 붉은색은 남인, 미나리의 푸른색은 동인, 그리고 김의 검은색은 북인이아는 것이다. 영조 임금이 4색 당파에 맞는 색깔로 음식을 만들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아무튼 탕평채는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의 웰-빙 음식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영조 임금은 큰 병을 앓지도 않았고 당시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인데, 영조 임금은 무려 83세까지 살았으니 현재 기준으로는 90세를 넘긴 수준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큰 병 없이 80대면 장수했다는 소리를 듣는데 영조 임금의 당시 수명은 대단한 것이다. 장수 비결로 소식과 검소한 식단이라고 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특별한 별미도 아니고 단지 고추장이었다고 한다. 다만 이런 영조 임금도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아직까지도 떳떳치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탕평책과 탕평채를 만들었으면서도 아들한테는 허용을 안 했기 때문일까?
글/ 방영숭(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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