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연극 ‘풍물시장 여간첩’의 행방
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연극 ‘풍물시장 여간첩’의 행방
지난 유월 여수 파도소리소극장에서 공연한 필자의 희곡 <서시장 여간첩>(사진, 출연배우들과 한 컷)의 원제는 <풍물시장 여간첩>이다. 요컨대 서울 풍물시장에서 여수 서시장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작년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으로 대통령상을 거머쥔 극단 파도소리의 강기호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내가 작가로서 공연현장에 참여했던 날은 관객이 객석을 다 메워 성황을 이뤘다. 관객 중에는 서울손님도 더러 눈에 띄었는데 박수현 전 청와대대변인도 그중 한사람이다. 지금은 문희상 국회의장 비서실장이다. 그는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인사말까지 해서 아름다운 연극사랑 인상을 남기며 박수를 받았다.
<풍물시장 여간첩>은 한국희곡뮤지컬 창작워크숍 정기독회와 한국극작가협회가 발행하는‘한국희곡’잡지에 발표한 후에도 공연할 서울 극단들과 인연이 닿지 않아 그 행방이 묘연했었는데, 남쪽 지방에서 초연의 팡파르를 울린 셈이다. 그러자 서울을 비롯한 동서 다른 지방에서도 자기네 동네 재래시장 이름을 붙여 공연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의정부라면 <제일시장 여간첩>이 될 것이다. 그야 어쨌든 연극이 내건 간판 손짓은 미스터리 풍자극으로서 사람냄새 풍기는 서민들의 해방구 인정(人情) 한 사발 국밥집 이야기라지만, 사실은 간첩조작사건의 아픈 우리네 과거사가 안으로 꽁꽁 감춰져 있다.
풍물시장 보물찾기처럼 이 연극의 숨은 메시지를 찾아보면 그 깊숙한 곳에 ‘통일’의 뿌리가 광맥처럼 뻗어있다는 말씀이다. 진짜 주제라면 주제가 될 그걸 풍물시장에서 구제 대박 터뜨리듯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리라 기대했다. 이런 의미에서도 나는 이 희곡을 내 통일연극시리즈 작품에 당당히 포함시키고 싶다는 욕심을 부린다.
<도라산 아리랑><에케호모><조통수(祖國統一喇叭手)> 등등 통일연극시리즈를 전쟁둥이 작가로서 꾸준히 무대에 올렸으나 흥행문제로 장기공연이 어려운 벽에 부딪치곤 했다. 이제나 저제나 외국 번안 코미디극이 뒷골목을 휩쓸며 판을 친다는 현실론적 대학로풍속도다. 그런 가운데서도 <뮤지컬 백범 김구>(류중열 연출)는 천안을 비롯해 지방에서나마 용케 매년 무대에 올라 벌써 10년째다. 때마침 봄바람처럼 불어오는 남북화해 무드를 타고 통일연극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활짝 꽃피웠으면 좋겠다는 행복한 꿈에 무턱대고 젖어본다.
남북통일이 되면 물론 이북에서도 공연할 수 있으리라. 여기까지 두서없이 미적미적 이야기를 끌어온 것은 솔직히 내 딴은 이번 기회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그것은 바로 ‘의정부통일연극제’ 개최 주창의 목소리다. 의정부는 한반도의 중심이 아닌가! 우리 신문사에서도 ‘대륙의 꿈’을 가꾸며 의정부역에서 출발하는 한반도 횡단철도가 유럽으로 향하는 경원선 복원 침목운동에 앞장선 지 꽤 오래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가 뭐래도 통일연극제는 통일의 길목 의정부가 최적지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리라. 의정부통일연극제야말로 의정부를 상징할 수 있는 확실하고 좋은 전국구 깃발이다. 남북통일을 준비한다는 뜻에서도 아주 괜찮은 연극축제로 빛을 발하며 돋보일 것이다. 통일의 길라잡이로서 시민의식을 한층 드높이는 계기로 삼아 몸과 마음이 하나로 뭉친다면 재원조달 방법은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으리라 본다. 북경기신문의 모태인 통일문화재단이 그 구심점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설극단 격인 발바딧에서 <난리굿><콜라병> 등을 공연한 바 있다.
그리하여 언제부턴가 간첩도 풍물시장에서나 찾을 수 있는 구제품이나 골동품으로서 품절되고, <풍물시장 여간첩> 같은 작은 통일연극의 공연 행방도 더욱 풍요롭고 확실해졌으면 좋겠다. 미상불 전쟁둥이 통일연극시리즈작가로서의 가슴 벅찬 희망이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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