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쫒던 어린 시절에 만난 가수 이용복
문화 에세이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쫒던 어린 시절에 만난
가수 이용복
70년대 초 우리나라에는 ‘맹인가수 이용복’이 있었다. 그는 세 살 때 마당에서 떨어져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일곱 살 때 썰매를 타다가 넘어져 오른쪽 시력마저 잃었다. 그는 맹아 학교에 입학했다. 1970년 가을 고등학교 2학년시절에 통기타 하나 들고 가요계에 데뷔했다. 1952년생인 그는 아직도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어린시절’을 불렀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쫒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고 하는 가사는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쫒던 어린 시절에 만난 가수 이용복
1973년 그 유명한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 입상곡을 번안한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란 노래로 일약 스타가 된다. 그리고 이 노래는 이용복의 자전적인 삶을 노래한다고 해서 당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사가 너무 슬프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어 두 번이나 가사를 고쳐 불러야 하는 아픔도 맛보았다.
이용복은 탁월한 음악성과 빼어난 기타 솜씨, 독특한 음색 등으로 많은 음악팬들을 마음을 흥분시켰다. 특히 그는 12줄 기타로 양희은의 데뷔 앨범 ‘아침이슬’작업에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양희은은 이용복에 대하여 음악성이 대단한 가수라고 말한다. 당시 그는 통기타 음악에서 3대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기타 솜씨가 뛰어났다. 참고로 70년대 초 3대 기타리스트는 이용복, 송창식, 김민기다.
많은 평론가들은 그의 노래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눈을 감으면 저 멀리서 다가오는 다정한 그림자’로 시작하는 ‘그 얼굴에 햇살을’ 시작으로 ‘줄리아’, ‘달맞이꽃’, 잊으라면 잊겠어요‘, ’사랑의 모닥불‘, ’마지막 편지‘, ’안개 속의 연인아‘, 마음은 집시’ 등 주옥같은 수많은 히트곡과 가사에서 그려지는 그의 음색은 늘 애잔하면서도 소낙비와 같은 슬픔이 담겨 있다.
레이 찰스 로빈슨(Ray Charles Robinson, 1930~2004년)이라는 미국 가수가 있었다. 그는 7살 때 녹내장에 걸려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 끝에 가수, 작사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다. 그리고 미국 솔 음악의 대부로도 불린다. 특히 그는 2008년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발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100명'(100Greatest Singers of All Time)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레이 찰스 로빈슨을 이용복은 가장 닮기를 원했다.
그러나 시대는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80년대 들어오면서 이용복은 TV방송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당시 최고 권력자가 “기분 나쁘게 아침부터 봉사가 텔레비전에 나온다”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방송이 중단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용복은 "80년 컬러TV가 도입되면서 PD들이 내 출연을 기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소문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었고, 나도 그때는 가수활동에 많이 매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버린다. 아직도 그가 방송에서 퇴출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들이 분분하다.
그리고 이용복은 91년 귀국, 서울 답십리에 녹음실을 개업했다. 그의 녹음실에서 함께 음악작업을 한 가수들은 벗님들, 이광조, 김수철, 부활 등 정상급 스타들이었고. 2001년에는 샤크라의 앨범 `헤이 유'를 작업하기도 했다. 그후 이용복은 경기도 양평에 비행기를 개조한 카페를 운영하며 계속해서 신작을 발표했다. 장르는 록에서 컨트리, 블루스, 라틴 록, 칸초네풍 등으로 다양하며, 스스로 이런 음악작업을 즐겼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쫒던 어린 시절에 만난 가수 이용복
폐허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항상 그가 바라보는 폐허처럼 황량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그러나 시련과 고난의 구름 위에 떠있는 태양을 바라보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이용복은 비록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결코 자신을 포기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그의 노래 중 ‘다정한 친구야’라는 곡의 가사는 ‘나좋고 너좋고 서로가 좋아해서/ 우리는 영원한 친구가 되었쟎니/ 언제나 만나면 차 한 잔 하지만/ 우리의 가슴엔 우정이 꽃피네’ 라고 시작된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이 가사에 나오는 영원한 친구는 음악이거나 희망을 언제나 품고 있는 이용복 자신이라는 확신이 서는데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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