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동숭동 밤하늘엔 별이 뜨지 않는다
‘이 무대가 친구인 고(故) 강태기 명배우의 추모극을 겸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올해 경기연극올림피아드 참가작으로서 10월 4일 안성용설아트스페이스 극장에서 공연한 고양시 대표 극단 행주치마(대표 유은홍)의 <동숭동 밤하늘엔 별이 뜨지 않는다>(최송림 작/ 노승환 연출) 연습장을 찾았다. 공식행사 제31회나 되는 단막연극제마저 코로나로 비대면 공연이 예고된 터라 연습장에서나마 함께 참여하고픈 마음에서였다.
나는 작가로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것은 이 무대가 친구인 고(故) 강태기 명배우의 추모극을 겸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강 배우는 2013년 이른 봄에 세상을 버렸으니까 벌써 세월이… 그 2년 뒤인 2015년 한국문인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문학 5월호에 고인을 추모하며 희곡을 발표했었다.
문학지 발표는 주로 원고량 제한이 있어 단막극 형태라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장막극으로 손질해 제대로 한번 무대에 올리리라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차에 이번에 발표희곡 그대로 단막극으로나마 첫 선(初演)을 보인다.
그것도 강배우와 생전에 인연이 아름다운 신택기 연출가 주선으로 순수 아마추어 연극인들의 모임인 ‘행주치마’에 고스란히 폭 싸였다고나할까? 내가 연습현장에 갔을 땐 연기자들의 상큼하고 해맑은 연극 열정과 분위기가 실연 경연무대 이상으로 뜨거웠는데, 신 연출도 격려 차 와 주어 모두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이들의 연극 정신적 버팀목이요 산파 격인 신택기 ‘연극엄지’를 중심으로 좌우 연출과 작가를 앞줄 삼아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모두 뭉쳐 한 컷(사진) 건진 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강배우의 장례식 날 저녁, 고인을 비롯한 동숭동 연극관계자 ‘딴따라 풍각쟁이들(?)’의 단골 주막에 모여든 가까운 지인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회고하는 ‘대학로 연극인들의 풍경화’ 일상을 사실적으로 스케치했다고나 할까?
나는 강배우와 오랜 친구로서 일찍이 모노드라마 <돈>(포스터 사진)을 무대에 올렸었다. 우리는 각자의 딸깍발이 고집 성(性)을 살려 ‘최강’의 연극을 만들자고 서대문에 ‘강태기 연극방’이라는 개인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쓴 작품을 고치고 토론하길 되풀이해 5여 년이나 술을 익히고 빚듯 매만지며 연습에 매달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의 실험극장 김성노 후배가 연출로 총대를 메고 참여해, 1989년 부산극단 ‘하늘개인날’ 배우 이정허 스님의 초청공연 모양새로 가톨릭센터소극장에서 첫무대의 팡파르를 울렸다.
그 후 서울은 물론 대구, 천안, 창원, 안성 등등 전국을 돌며 순회공연을 한 기억이 어젠 듯싶은데 추억처럼 아련하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 밴쿠버 한인극단 ‘하누리’ 창단공연 해외 나들이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나중엔 강씨 다운 고집이 발동해 제목을 <돈태기>로 자신의 이름에다 아예 성까지 돈으로 바꿔 마지막 서울 공연을 한 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다.
그와는 <돈> 외에도 내가 쓴 <간사지>, 영화 <어울렁 더울렁>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5년도 창작활성화 사전지원 작품인 <간사지>는 연말쯤 포켓용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그야 어쨌든 강배우와는 친구로서 술만 마신 게 아니라, 아니 술도 마시면서 함께 손잡고 작가와 주인공 배우로서 연극과 영화에 호흡을 맞춰왔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슬픔과 허전함에 한동안 멍하게 지냈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의 추모극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그의 추모극을 쓰고 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때마침 이 원고가 마무리되어 갈 쯤 서채은 조연출한테서 문자 연락이 날아왔다. “동숭동 밤하늘엔 별이 뜨지 않는다가 단체상 은상, 강배우역의 임승혁 우수연기상, 여배우역의 전금주 배우가 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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