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뉴욕타임스가 전한 ‘naeronambul’
한류가 전 세계적인 문화적 현상으로 뻗어나 가면서 우리말 단어가 해외각지에서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돌(ondol), 김치(kimchi), 소주(soju), 태권도(taekwondo), 부대찌개(budaejjigae) 등이 대표적인데 딱히 대체할 자신들 나라의 단어가 없는 것도 큰 이유지만 한류와 더불어 달리 대체할 단어가 없는, 즉 한국 고유의 문화를 가리키는 단어들이라 한국어가 그대로 국제 통용어가 된 것이다. 그리고 한류가 확산되면서 또 다른 우리말이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또 있는데 K팝과 K드라마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오빠(oppa), 언니(unnie), 막내(maknae), 애교(aegyo), 대박(daebak), 먹방(meogbang) 등이다. 이 말들은 이미 해외 한류 팬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한국어이자 세계 공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이바쓰(財閥)는 일본의 재벌을 뜻한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재벌(財閥)이 되었고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는 ‘chaebol’로 등재돼 있다. “한국 대기업의 형태로, 특히 가족 소유의 것”이라 해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고 있는 기업형태로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19년 영국 BBC 방송은 한국어 ‘꼰대’(kkondae)를 소개했는데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닌데 급기야는 얼마 전 치러진 서울과 부산 등의 재보선 선거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하면서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는 단어를 사용, 국제적인 단어로 부상되었다.
이 말은 옛날부터 있었던 사자성어는 아니고, 근래에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1984년 발행된 ‘기독교사상’을 보면 “요즘 학생들의 농담 중에 '로맨스와 스캔달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내가 하는 연애는 로맨스이고 남이 하는 연애는 스캔달'이라는 것이다“라는 기사가 있고 1987년 소설가 이문열은 ‘구로아리랑’이라는 소설에서 “하기사 지가 하믄 로맨스고 남이 하믄 스캔달이라 카기도 하고, 또 남한테 안 들키면 로맨스고 들키믄 스캔달이라 카는 말도 있습디더마는 참말로 우리는 달라예”라고 발표해 우리사회에 ‘내로남불’이 알려졌으며 그리고 1996년 6월 12일에 국회본회의장에서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이 사용해서 크게 히트하면서 우리사회에 급격히 퍼져나갔다. 그는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라 말한 것이다.
이 말은 자기가 사랑을 하면 불륜도 사랑이지만, 남이 하면 그건 불륜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주 위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 TV나 공식 석상에서도 많이 쓰일 만큼 대중화되었지만 이제는 이 말이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동일한 기준 아래 똑같은 처지의 행위자들 중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이중성을 비판하는 것이고 또 자신이나 자신 편에는 관대하고 타인이나 타인의 편에게는 행위를 엄격히 비판하는 것이 담겨 있기에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로남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설령 남의 잘못에 대해 올바른 지적을 하더라도 지적한 사람이 같은 문제를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며 사회적 분위기상으로 봤을 때에는, 지적하는 사람이 깨끗해야 하는 것은 맞는 편이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바람피운 여성을 향해 돌을 던지려 할 때 예수는 “자신이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돌을 던져라”고 했을 때 아무도 그 여성에게 돌을 던진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이제 우리사회도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그만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자 적어보았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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