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새로운 생명, 경축보다 걱정을...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2년 동안 온라인만으로 치러졌던 제야의 종 행사가 보신각에서 열렸다. “일상이 성큼 다가오라”라는 염원을 담을 종소리가 여전히 질병과 싸우는 의료진과 환자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하나, 둘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모두 이전과 같을 수 없겠지만, 거리두기는 본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인류 역사 이래, 우리가 비비고 부대끼며 사는 것을 멈춘 일이 없습니다. 이러한 연대가 우리를 존속게 했습니다.
그런데, 펜데믹이 이 기본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이를 2미터나 벌려놓았지요. 벌어진 것이 물리적 거리만일까요? 서로의 마음은 여전히 가까운가요? 질병 초기, 우리 사회의 이웃에 대한 마음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혼란한 시기에도 새로운 생명은 태어납니다. 탄생은 응당 축하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을 찾은 아이들의 조건에 경축보다 먼저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아이 부모들이 미등록 체류 중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선 대개 아이들을 본국으로 보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부모를 따라 미등록 이주민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찾은 세 가정은 함께 살기를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이 커나가는 게 다 똑같겠지요. 미등록, 등록은 우리 어른들에게나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플 때는 다릅니다. 내야 할 의료비는 미등록의 무게만큼 무겁습니다. 그러한 곳에 동행하던 올해 초, 걱정이 아이 발달 상황에까지 미치더군요. 또래들은 문장이나 단어로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겐 옹알이도 듣기 힘듭니다.
언어발달 지연을 걱정하기는 이를지 모르지만, 여러 사정에 마음이 쓰입니다. 사실, 염려는 부모들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살아야 할 아이들이 배워야 할 부모가 한국어에 능숙치 못하니까요. 3년 전부터 한국어 교실을 제공하겠다 했지만, 이들은 일 때문에 짬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커나갑니다. 일상도 회복되고 있으니, 연말에 아이들 집에 쌀과 귤 한 박스를 들고 찾아가야겠다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공교롭게도 일요일에 맞은 성탄절이네요. 이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알아볼 테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청암교회에서 각 가정에 전달할 선물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거기다 청암교회에서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남우현 군이 마음을 전달하는 일에 봉사자로 자원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양손과 마음 두둑이 세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심방을 통해 제 심려가 기우에 불과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병원이나 어린이집이 아닌 편안한 자기 집이어서일까요? 아이들이 제게 눈도 맞추고 손도 건넵니다. 안녕과 같은 한두 마디 인사도 합니다. 귤이나 사탕 등 먹을 걸 주고, 자기 몸을 달려 안아줍니다. 그 모습에 마음 한편이 뭉클합니다. 선물을 주러 갔다, 되려 받았네요. 아이의 품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여느 이 땅의 아이처럼 아이들은 건강히 자라고 있습니다. 저희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날, 온전히 열러 타인을 맞이하던 아이들의 품을 후원자, 지지자 여러분에게도 전합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전해준 감사 인사도 더합니다. 희망 그 자체라 걱정이 될 수 없는 아이 같은 새해를 맞이하시길 빕니다. <서울외국인 노동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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