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의정부예총 지부장 선거에 지부장출마자의 선거기탁금이 1,000만원이다.
아무리 고매한 인품과 덕성을 지녔다 해도, 탁월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제 돈 없으면 의정부에서 예술인의 리더가 되기 어렵다.
의정부의 대표적인 예인으로 손꼽히는 통일예술가 무세중 선생이나, 고(故) 천상병 시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의정부예총회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돈이 없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의정부예총 지부장은 돈 없는 사람에게는 입성을 허락하지 않는 금단의 땅이 되었다.
참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처음 선거 기탁금이 만들어진 이유는 가난한 예인들이 총회비용 마련도 쉬지 않아 출마자가 일부비용을 부담하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개념으로 시작되었다.
열사람이 한 숟가락씩만 보태면 한사람의 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의 십시일반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기탁금의 액수가 올라가며 권력으로 둔갑했다. 1년에 그림 한 장 팔기 어려운 화가가, 1년 내내 연극해도 월50만원 벌기 어려운 연극배우에게 기탁금 1,000만원에 선거비용 알파는 감히 도전해 볼 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었고, 돈의 액수로 기준을 만든 세상에서는 창조적 감성을 생명으로 하는 예인들을 무감각하게 만들거나, 패배자로 전락 시키는 안내자의 역할을 감당했다.
이에 저항하는 순수 예인들은 예총을 외면하면서, 예총관련 예인들을 관제예인으로 취급하며 날을 세워 예인 간에 새로운 계층 갈등을 야기 시키고 있다.
더욱이 의정부예총은 이러한 예인들의 흐름을 직시하거나 극복하려는 노력은 방기하면서 올해 치러지는 제6대 예총지부장 선거부터는 이긴 사람은 기탁금 1,000만원을 찾아가고, 패한 사람의 돈 1,000만원은 총회비용과 운영비로 쓴다는 새로운 써바이블 칙령(?)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지난 선거에는 승·패와는 관계없이 운영비로 쓰던 예년과는 달리 새롭게 고친 것이다. 가능하면 돈의 담장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통하게 하기보다는 조건의 담장을 높여 접근을 어렵게 하니 답답하다.
이제 의정부 문화·예술계는 긴 잠에서 깨어 새로운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예총은 권력도 조직도 아닌 회원 하나하나가 주인이 되어 그들이 추구하는 창조적 작업을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단체다.
민중의 삶에 기초한 민족문화예술을 건설하고, 예술인들의 상호연대 및 공동 실천을 통하여 남북문화 교류 추진하고, 예술진흥관계법 개정 요구 등을 통해 민족예술 창조와 예술정책 및 제도 개혁과 예술인의 자율성과 권익 옹호에 힘쓰는 참 예총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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