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과 우리 측의 응사로 치러진 50분간의 교전으로 해병대 장병들과 주민들이 희생되었다. 삼가 이분들의 명복을 빈다. 평화롭던 섬은 폐허로 변했고, 주민들은 황급히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이런 중대한 사태를 맞아 정부와 국민이 향후대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중에 책임론 공방도 뜨거워지고 있다. “매번 미지근했던 우리 군의 대응이 도발을 자초했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화를 불렀다,” 등의 비판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씁쓸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군의 대응에 잘못이 있었다면 당연히 짚어야 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대북정책에 대한 논의도 당연히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는 민주국가가 아닌가. 하지만, 사태가 벌어진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그리고 언제든 포격이 재개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각종 자책론이 신문들의 지면을 장식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사태의 심각성과 대응책부터 논해야>
연평도 포격 도발은 그동안 수없이 겪어온 여느 해상도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 1953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의 영토에 적의 포탄이 떨어졌다는 점, 민간인에게 포격을 가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역을 자신들의 ‘영해’로 주장했다는 점 등에서 매우 심각하다.
특히, 북한의 ‘영해’ 주장은 향후 전면전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우리의 수도권은 옆구리가 허약해지고 인천항이나 인천국제공항도 전략적으로 취약해진다. 즉, 서해바다는 북한이 억지를 부린다고 해서 무 자르 듯 뚝딱 떼어 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렇듯 사태의 중대성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면 논의의 비중도 당연히 그렇게 배분되어야 한다. 군의 대응에 대해서는 긴장이 수그러진 연후에 보다 많은 시간을 가지고 정확하고 공정하게 따지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비하는 것에도 순서가 있다. 우선은 중대한 도발을 당한 시점에서 한 목소리로 도발자를 규탄하고 사 태수습과 재발방지에 국력을 모으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2001년 미국이 9.11 테러공격을 당했을 때에도 미국 국민과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정부를 중심으로 뭉치지 않았던가. 굳이 책임을 따진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우선은 도발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북한은 반세기가 넘는 수령독재 체제가 낳은 각종 모순들이 축적되어 있고 경제난도 심각하다. 거기다가 후계구도의 공고화를 위해 군의 지지가 절실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도발을 통해 긴장을 조성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쌀을 보내라고 다그치고 있다. 문제의 근본은 바로 이런 복잡하고 다급한 북한의 내부사정에서 출발한다.
특히, 서해상의 대담한 도발에 대해서는 누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도한 도발을 저질러도 항상 찬반양론으로 분열되는 남한을 보면서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글/김태우 채김연구위원(한국국방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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