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결과는 대북관계를 개선하라는 국민의 뜻
민주주의의 꽃은 축제라고 불릴 수 있는 선거이다. 선거는 투표이고, 투표는 선택이기 때문에 작든 크든 선택의 의미와 함께 심판과 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누가 뭐래도 6.2 지방선거 결과는 여당의 패배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출범이후 딱 2년 반이 된 시점의 중간평가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점수가 낮은 과목중 하나가 대북정책이었다. 중간평가 이후에는 정부여당에 의한 정책기조의 변화나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국민의 뜻이고, 국민의 지엄한 명령인 동시에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져야할 최소한의 책무이자 의무이다. 통일부 장관이 부임하여 처음 만났을 때, 당시 민화협 공동상임의장으로서 몇 가지 얘기한 것이 생각난다.
우선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처음부터 남북관계가 좋았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도 그렇고 우리도 서로의 정책에 대해 리뷰할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정책 수립을 하기 위해선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시기가 거의 같았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너무 서둘지 말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기간 동안 철저히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인도적 지원과 민간 교류다. 이 두 가지가 남북관계 신뢰의 끈이며 북한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여기에 대해선 정부가 알게 모르게 내버려 둬야 신뢰가 이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는 천안함 사건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영유아 대상 분유 등 2건의 반출 승인이외에는 인도적 지원을 완전히 차단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결의 1874호에도 인도적 지원은 제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또한 민간 차원의 교역을 전면 중단시키면서 우리 기업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 정부의 통일정책이 흡수, 붕괴나 무력에 의한 통일이 아닌 교류와 협력 단계를 거친 평화통일이라면 통일부는 지금이라도 다른 입장을 취해야 한다. 지난 정부 시절 북핵 위기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을 때, 통일부는 남북대화 창구역할에 충실했다. 그 결과 우리 주도로 북한을 6자회담 복귀시켜, 2005년 9.19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등을 이끌어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선순환 구조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현 통일부도 그런 역할을 위해 대북정책을 화해와 협력기조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과거 두 정부의 대북정책은 ‘퍼주기’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신뢰형성과 대북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투자였다. 당시 대북포용정책의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문민정부 시절 북한은 통미봉남 정책을 추구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대북포용정책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6.15 남북 공동성명과 그 이행을 위한 10.4 선언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북측의 지하자원과 노동력,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본격적인 남북 상생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과거 6.25 당시 북한군이 남침 통로로 활용했던 군사 요충지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만들어 한반도의 안보 불안정성도 현저히 낮췄다. 현 대북정책을 전환시키기 위해선 우선 차단된 인도적 지원과 민간인 교역을 풀어야 한다. 6.15와 10.4 정상선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했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각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선언에 대한 이행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남북간 신뢰 회복은 어렵다.
전쟁을 하다가도 적과 정전협정을 맺기도 하는데, 현재의 경색국면돌파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지 않았던가. 정부가 6.2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뜻과 지엄한 명령을 하루속히 이행하여 국민모두가 평화통일의 꿈을 다시 갖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20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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