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책으로 읽는 평화는 의정부 지역사회 오피니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인균 위원장(한나라당 의정부 을 당원협의회)의 부친, 하연(夏淵) 박홍기 선생이 쓴 난중만보(亂中漫步/6.25피난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6.25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6월25일부터 10월 8일까지 3개월 반 동안 서울 하숙집을 중심으로 경험한 한국전쟁의 모습을 진솔하고 담담히 그려 나가 살아있는 역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6월 25일 일요일 오전, 하숙집에는 개학이 임박해서 상경했기에 주머니 사정이 괜찮았다, 전날(24일)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장기판을 벌렸고, 오늘(25일)은 단합대회 겸 영화구경 가기로 했다. 조조활인을 받기위해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마리아 셀’이 여자주인공으로 나오는 비련(悲戀)을 보기위해 을지로 3가에 있는 국도극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상영되는 불란서 영화라 극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한지 40분쯤 영화가 중단되면서 군인과 경찰은 원대복귀 하라는 방송과 함께 당국의 지시로 상영을 중지 한다는 이야기에 장내는 어수선해 졌고,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불평을 내놓았다.
나는 단골 도넛스 집에 이르렀을 때 ‘오늘 새벽 38선 전역에 걸쳐 괴뢰군 남침, 개성, 동두천, 문산, 파주 등지에서 이들을 격퇴하고 있음’이라고 전보대에 써 붙은 연합통신의 호외로 전쟁이 일어난 것을 알았고 곧 괴뢰군은 격퇴 될 것으로 알고 하숙집으로 돌아갔다” 박 선생은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젊었을 때 처자식 고생시키면서 생존(生存) 하느라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칠순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팔뚝에 생생한 총상자국을 볼 때마다, 또 추운 날이면 굳어지는 손가락의 감각을 느낄 때마다 떠오르는 「그때」의 기록만은 꼭 남기고 싶은 생각에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잘려지다시피 했던 오른팔의 신경이 더 쑤시곤 할 때 나, 해마다 6월이면 질펀한 전라도의 황토길과 외롭고 지루했던 지리산 고갯길, 그리고 벌떼처럼 윙윙대는 비행기를 피해 찢어진 육신을 다리 밑에 웅크렸던 정황들이 파노라마처럼 되살아나고, 미군 기갑부대가 지나간 날의 오후 파란 가을하늘에 정찰기 대신 노란 잠자리 떼가 날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냇가의 땅굴에서 기어 나와 맑은 가을바람을 가슴 터지게 들이 마신다”고 회고하면서 평화의 소중함과 갈구를 여과 없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난중만보(亂中漫步/6.25피난일기)를 구입 문의는 852-0759로 하면 된다.
이인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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