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리'를 아시나요?
낭만식객- 방영숭의 우리 음식 나들이
겨울이다. 이런 찬바람이 솔솔 부는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일까? 바로 갈비다. 뜯어야 제 맛이 난다는 갈비. 그중에서도 소갈비가 최고다. 소는 농경생활을 하던 우리 민족에게는 소를 도축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버려야 할 정도로 가축 이상이었고, 소를 먹는 것 자체도 법으로 금지하였지만 사실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양반은 비롯한 부유층 사람들은 겨울이면 몰래 갈비를 먹었다. 일반인들이야 ‘언감생심(焉敢生心)’ 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소갈비는 누구나 제일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는 단군시대의 기록에도 있듯이 우리 조상들은 이미 소를 사육했으며 중국 유목민들에 의해 이 땅에 전해졌다고 한다. 소갈비는 갈비 안쪽에 붙은 고기로 육질이 부드럽고 적당하게 지방이 있어 맛이 좋은데, 보통 찜이나 탕, 구이 등으로 이용된다.
특히 고기의 두께가 조금 얇으며 지방이 얼룩져있고 근막이 형성되어 있으면 좋은 고기이다. 이런 귀한 소갈비가 일반인들에게 팔리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라고 한다. 당시만 해도 소갈비를 식용으로 일컬을 때는 '가리'라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 서울에서는 구운 갈비를 '가리구이'라고 했고 갈비탕을 '가리국', 갈비찜을 '가리찜'이라 했다. 소의 갈비 한쪽 전부를 짝이라 했는데, 고깃집에서는 이 가리를 짝으로만 판매하여 명절 때와 잔치 때가 아니고는 가리 맛을 볼 수가 없었다. 예전엔 동네에서 돈을 추렴해 소를 잡아 나누어 가져가기도 했다.
'설상(雪上)가리'라는 색다른 갈비음식이 있다. 이 설상가리는 숯불 위 석쇠에 가리를 올려놓고 굽다가 눈 속에 집어넣어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리를 얼어붙게 한 뒤 다시 언 가리를 석쇠 위에 굽는 것을 되풀이하던 것으로 양념 맛이 속까지 골고루 배어들어 맛을 더하기 때문에 풍류와 운치를 좋아했던 선비들이 좋아했던 음식이다. 구운 갈비를 ‘가리’라고 했으니 맞는 말이다. 설상가리, 말 만들어도 운치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이다.
숯불에 자글자글 익은 갈비를 마늘, 풋고추와 함께 상추에 싸서 소주 한 잔과 함께 넘기는 느낌을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이런 갈비는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외국 사람들도 Korea하면 가장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갈비라고 한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갈비를 눈 오는 날 석쇠에서 방금 젓가락으로 올린 뜨거운 갈비를 차가운 눈에 놓는 순간 ‘치지직’ 하는 소리를 듣는다면 감히 누가 반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정다운 말벗이 있고 겨울밤이 그렁그렁 익어 가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
패션디자이너/ 방영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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