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남과 북에 드리는 말씀
오인동 입니다. 지난 6월 평양과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시대정신 6.15의 달에 6.15선언 11주년답지 않게 남과 북 사이의 방문과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조국의 두 땅에 다녀왔습니다. 제3국에 사는 해외동포라는 서글프게도 특유한 처지가 방문을 가능케 했습니다.
평양시내로 들어가던 중 교통차단으로 우회하게 되자 안내원 동무가 평양의 면모를 일신시킬 만수대지구 건설공사가 한창이라 했습니다. “강성대국의 문을 열 내년을 목표로 기념비적 건축물과 고층, 초고층살림집, 공공건물, 문화봉사시설들이 주체적인 건축미학사상에 따라 조형화, 예술화, 공원화” 될 것이라고 합니다.
뒤에 조감도를 보니 대공원 한가운데 원형 인민극장이 있고 대동강변의 풍치에 어울리게 주위에 쌍원통형, 원형, 반원형, 각형 등의 고층건물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거리에 걸린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새 구호대로 해낼 모양입니다. 완공되면 기존의 기념비적창조물들과 더불어 주체건축사의 또 하나의 새 장을 열 것 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평양의대병원에서 가방 3개에 담아가지고 간 비시멘트성 인공관절기와 수술기구를 보여주며 병원장, 과장, 부과장 선생들과 수술계획을 토론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고관절, 무릎관절 수술을 해 나갔습니다. 지난 10월 하순 서울에서 저서출간기념회 다음날 저는 평양으로 가서 제 책도 전하고 수술도 하고 귀국했습니다. 바로 다음 달(11월) 평양의대가 ‘김정일장군님의 현지지도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신문에는 ‘대학부속병원인 평양의학대학병원에서는 경시하수술, 인공관절치환술 등 근 40종의 새 기술이 도입되었다’고 났었습니다. 이번으로 고관절과 무릎관절의 시멘트, 비시멘트성 인공관절 치환수술 1단계 전수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평양의학대학병원에 김책공대와 연관해서 생체공학연구소를 개설해서 이미 해오고 있던 관절기와 골절고정기 등 제작에 매진 할 예정입니다.
하루는 유연히 고려호텔에서 평양과학기술대학 박찬모 명예총장을 만나 학교로 방문해서 해외공학 교수, 평양의대병원 교수와의 상호연계도 논의한 것은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한때 남녘 교수들이 이 대학에서 강의도 했었는데 지금은 해외교수들만이 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영어로 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서 그러던 날이 다시 와야겠습니다.
체류기간 우리나라 옛 왕조 ‘고려’(高麗)의 발음이 ‘고려’가 아니고 ‘고리’이었다는 사실에 관심이 많은 저는 북에서 <조선력대국호연구>라는 저서를 출간한 사회과학원 공명성 박사를 청해서 만났습니다. 그의 Corea연구논문을 제 역사서 <꼬레아Corea, 코리아Korea>에 인용한바 있어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물어보니 그의 연구는 ‘역대국호의 의미’에 대한 것이어서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통일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국호 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했습니다. 면담을 요청한 또 한 분은 <옛말로 풀어 읽은 우리 이름 우리 문화>를 남녘의 지식산업사에서 출간한 북송 비전향장기수 김중종 선생의 북녘에서의 후속연구 성과를 알아보려 했었는데 아쉽게도 2009년에 돌아 가셨다고 합니다.
북녘을 방문하는 해외동포들을 성심껏 도와주고 있는 해외동포위원회 김천희 국장과는 2008년 6.15금강산 민족대회 이래 3년만의 따뜻한 재회를 했습니다. 아침식사 때마다 고려호텔 식당에서 보는 손님의 거의 전부는 중국인들이었습니다. 남측과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빈번해 지는 데 부응하기 위해서인지 민족과학기술협회(NSAST)가 새 독립청사를 짓고 있다는 홍종휘 국장의 모습은 피로해 보였습니다.
모두들 쉼 없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6.15선언 11돌을 맞는 이해에도 남북해외의 만남이 무망하던 때 6.15북측 리창덕 부위원장이 찾아와 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내가 만나온 북녘관료들처럼 그 또한 체하지도 척하지도 않는 겸손한 그러나 매우 역량 있어 보이는 장년이었습니다.
해외동포로서 북측이 민족통합을 위해 취해 주기 바라는 바를 직설적이지만 진솔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쓴 소리에도 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면서 대화의 요지는 늘 기록합니다. 그 자료에 따라 그들대로의 치열한 토론을 거쳐 계속 위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 경위야 어떻든 저는 제 처지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전함으로서 우리 민족끼리 우리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며 그러한 노력의 선도는 남이든 북이든 어느 쪽이 해도 좋다는 견해를 강조했습니다.
평양을 떠나 6월11일 서울로 갔습니다. 6.15남측위원회는‘11주년기념 평화통일 민족대회’를 6월15일 개성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허나 현 정부의 불허에 항거해 6.15남측위원들이 개성을 향해가다 저지당하고 임진각에서 기념식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사이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임동원 이사장, 6.15남측 백낙청 명예위원장, 김상근 위원장, 문정인 교수, 정세현 총장과도 대화 했습니다. 6월17일에는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한겨레통일문화상 시상식에 미국에서 오신 공동수상자 이행우 선생님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해외동포 수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인들과 시민단체 지도자 등 100여 명이 축하와 격려차 와 주셨습니다. 이행우 선생의 수상소감에 이어 저는 수상기념강연을 했습니다.
6월 초 미국을 떠나 남녘동포가 발 들여 놓을 수 없는 북녘 평양에서 동포를 만나고, 한 시간도 안 걸릴 남녘 땅을 중국 거쳐 돌아간 서울에서, 조국의 분단소멸과 민족통합을 얘기하는 제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짐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조국을 떠나 살고 있는 한 해외동포가 남과 북에 드리는 호소를 부디 살펴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조국의 남과 북에 드리는 말씀
글/ 오인동. 필자는 미국국적을 갖고 있는 해외동포로 현재 로스앤젤레스 인공관절연구원 원장으로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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