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평화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
공감의 시대(원제는 The Empathic Civilization)는 주요 언론사가 지난 연말에 선정한 올해의 책에 대부분 들어가 있다. 짧지 않은 분량(800쪽이 넘는다)에 쉽지 않은 내용인데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두루 받았다.
불안과 위기로 특징지어지는 현재, 인류의 미래에 대해 상당한 근거를 들이대며 대안과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공감(empathy)을 다른 사람의 정서 상태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이나 기쁨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공감에 앞서 등장한 동정(sympathy)은 다른 사람의 곤경을 보고 측은함을 느끼는 것이고,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낌과 생각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1부인 ‘호모 엠파티쿠스’는 공감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다. 그는 탐욕적이고 물질적이고 쾌락을 쫒는 인간이라는 근대적 인간 규정에 대해 반론을 펼친다.
특히 성충동과 죽음 본능을 주장한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을 들여 반박 한다. 그는 하위징가나 수티 등의 연구결과를 통해 인간화의 핵심요소가 놀이와 유대감, 사회성 등임을 설명한다.
2부 ‘공감과 문명’은 저자가 에너지제도와 소통 방식, 생산 방식이라는 문명사의 변화를 통해 본 공감의 역사이다. 에너지 제도가 질적으로 달라지면 에너지의 흐름을 관리하기 위한 사람들의 소통 방식도 변하고 이에 따라 사고방식도 변한다.
수렵채집 사회는 예외 없이 구두문화이지만, 관개농업 사회는 문자가 있었고 곡식을 생산 저장 분배하는 데 필요한 계산법을 고안해 냈다. 석탄, 증기 기관, 철도로 대표되는 19세기의 1차 산업 혁명도 이를 조정 관리할 인쇄매체가 필수적이었다.
20세기 초의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은 내연기관과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2차 산업혁명을 관리하고 마케팅하는 데 필요한 중앙집중식 통제 메카니즘이었다.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제도 역시 인간의 의식을 바꾼다. 구두 문화는 신화적 의식에 대응하고, 경전 문화는 신학적 의식을 낳았고, 인쇄 문화는 이데올로기적 의식을, 중앙집중식 전기 문화는 심리학적 의식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3부 ‘공감의 시대’에서 저자는 화석연료와 우라늄이라는 엘리트 에너지의 사용은 심리학적 의식을 이끌며 지구적 차원에서 공감의 시대를 확대해 왔지만 엔트로피의 증가에 따른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강조하고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커뮤니케이션 체제를 열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석유시대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고, 화석 연료의 사용과 축산의 결과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위험할 정도로 증가하여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저자는 유일한 해결책은 인간의 의식을 대폭 재조정하여 다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길 뿐 임을 역설한다. 석탄, 석유, 가스, 우라늄처럼 일정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엘리트 에너지와 달리 분산에너지는 햇빛, 바람, 쓰레기, 바다, 지열, 물 등 어디서나 다양한 규모로 발견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말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최소 수준의 경제적 요건이 충족 되었을 때 그 이상의 재산 축적은 우울, 걱정, 질병과 불만족 등 도리어 행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성공의 기회를 강조하는 아메리칸 드림보다는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유러피언 드림을 강조한다. 그는 다가올 3차 산업 혁명은 21세기 분산에너지 제도와 분산 정보통신혁명이 이끌 것이라고 예견한다.
제러미 리프칸작, 믿음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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