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읽는 '평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한·중·일 3국의 전쟁기념관은 대표적 국가정체성의 상징적 표상으로서 타 국가와의 관계성을 노출시키고 있으며, 그것은 '적대'와 '우호' 패턴을 모순적으로 보여 준다. 이러한 모순은 외교적 쟁점이 야기될 때마다 불규칙적으로 재현되어 동아시아 '지역기억복합체(regional memory complex)'를 형성한다. 동아시아 지역기억복합체는 3국의 기념관들이 '우호' 와 '적대' 패턴의 모순을 보여 주는 국가정체성을 생산하여 대외적으로 기억의 충돌을 야기한다.
따라서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파악하기 위하여 3국이 전쟁기억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작업이 필수불가결하다.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과정에서 전쟁을 기억하는 기념일의 제정과 상징적 기념물 및 장소 그리고 박물관의 설립은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국가정체성 확립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행사였다. 이러한 전쟁기억의 국가적 재현 행위는 다른 시공간에 따라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변화하여 왔다. 동아시아 3국 또한 전쟁기념관을 통하여 또 다른 기억의 '전쟁' 을 하고 있다.
한국
한국은 국난 극복사의 입장에서 독립기념관(1987)을 건설하였으며, 이후 식민지 경험과 독립을 재현하기 위한 서대문역사박물관(1998)과 일본군위안부역사관(1998) 등을 지속적으로 조성,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공간으로 용산전쟁기념관(1994)을 비롯하여 거창사건기념관(2004) 및 제주4·3평화기념관(2008)을 개관하였다. 앞으로 한국현대사박물관, 노근리기념관, 여성인권박물관, 평화공원 및 기념관을 설립할 예정이거나 또는 논의 중이다.
중국
중국은 개혁과 개방시대를 맞이하여 국민통합과 정치적 안정을 위하여 애국주의 교육의 현장으로서 난징대학살기념관(1985), 베이징 항일전쟁기념관(1987), 선양 9·18역사박물관(1991), 단동 항미원조기념관(1992)을 건설하였으며, 주요 기념일을 해마다 이를 확장하였다. 2004년부터 교사를 동반한 학생들의 입장을 무료화 했고, 2015년까지 전국에 3,000개의 박물관을 지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가히 박물관 건설의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일본은 가해와 피해의 딜레마 속에서 다양한 전쟁기억들이 경합하고 있다. 우선 일본의 아시아 침략사실을 정당화하는 야스쿠니신사의 전쟁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1882)이 건립됐고, 원자폭탄에 대한 피해사실에만 초점을 둔 히로시마평화자료기념관(1954), 평화기념관(1975), 오사카 국제평화센터(1991), 리츠메이칸 국제평화뮤지엄(1992) 등 나라 전체가 '전쟁기념의 박물관' 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쟁기억을 생산해 내고 있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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