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왜 중국 후베이성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이 나왔을까?
긴급진단/ 왜 중국 후베이성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이 나왔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중국에서 1,018명(2월 11일 기준)으로 1,000명을 넘었다. 특히 후베이성에서 974명의 사망자가 나와 전체 사망자의 95.68%를 차지한다. 후베이성의 치사율은 3.07%이다. 하지만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내 지역에서는 42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치사율은 0.38%이다.
중국 본토 밖에서는 홍콩과 필리핀에서 한명씩 발생한 것을 빼고는 아직 사망자가 없는 상황이다. 홍콩의 경우 사인은 심장마비이다. 후베이성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우리나라는 특히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사망자가 없고 확진자도 모두 상태가 양호하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중국 후베이성의 열악한 위생 관념과 의료수준, 초기 격리 치료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우한시 진인탄 병원 소속 의사 7명은 의학저널 란셋을 통해 '우한폐렴'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진인탄 병원은 우한폐렴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고 있는 의료기관 중 하나이다.
이들 연구진은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은 지난해 12월1일에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 시점보다 한 달여 앞선 시기이다. 지난 7일 사망한 리원량 중국의사가 SNS에 글을 올린 것이 12월 30일이다. 잠복기를 고려할 때 한 달이면 골든타임을 한참 지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시를 중심으로 후베이성에 퍼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후베이성의 의료 수준이 선진국보다 열악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환자를 조기 발견해서 어떻게든지 경증일 때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긴급진단/ 왜 중국 후베이성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이 나왔을까?
중국에서만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발원지인 우한 등지에서 단기간에 환자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면서 현지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료진은 한정돼 있는데 환자가 계속 늘어나니 제때 적절한 치료가 어렵고 병원을 찾아가도 방치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중국 후베이성 지역은 단기간에 많은 중증환자들이 속출해 의료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빨리 받지 못해 사망 환자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중증 환자가 곧바로 응급실로 갈 수 있으며, 중국과 의료전달체계가 다르다. 국내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들 상태는 대부분 초기증상이었고 경증이어서 치료가 가능한 상태이고 11일까지 4명이 퇴원 했다. 국내에서 아직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감염자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선진화된 의료 기술이 큰 도움이 되는데, 예방백신과 치료제는 없지만, 일종의 대증요법인 '서포티브 케어(supportive care)’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가 가능하다.
서포티브 케어는 감염이 있으면 항생제를 쓰고, 열이 있으면 해열제를 쓰고, 호흡이 곤란하면 산소 공급을 해주는 등의 치료 방식을 말한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료제는 없지만, 에이즈 치료제나 C형 바이러스 치료제가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도 그런 걸 쓴 사례가 있다.
한편 응급의료 시스템이 잘 구비된 것과 메르스 사태를 통한 교훈으로 국민 모두 감염병 예방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메르스 사태의 중동 지역 사망률 34%에 비해 우리나라는 20%였는데 초반에 뻥 뚫린 방어벽을 다시 구축하면서 마련된 선진화된 응급의료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2017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회원국의 보건의료 수준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보다 높은 서 유럽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인구 1천 명당 병상 수가 11.7개로 OECD 국가 평균 4.7개보다 2.5배 정도 많다. 국내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보건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고 개인위생에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중국과 달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들어온 전수조사 대상자 2991명(내국인 1160명·외국인 1831명)의 신종코로나 잠복기가 이날 0시 기준으로 모두 종료됐다. 이들 중 가장 마지막 입국자가 들어온 26일을 기준으로 잠복기인 14일이 지난 데 따른 결정이다. 다만 지난달 26일 우한발 입국자는 환승객이어서 이미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입국해 이미 출국한 전수조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날 0시에 감시가 해제됐다. 방역당국은 잠복기 종료에도 불구하고 그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일부 외국인에 대한 추적은 계속하기로 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잠복기가 종료됐더라도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시·도 지자체와 경찰 등의 협조를 받아 추적조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배용석
의학전문기자는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석사를 했으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연구원,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병원 이식외과 연구원, 서울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스마트푸드디엠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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