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 컬럼/ '잊을 수 없는 사람'
서기원 컬럼/ '잊을 수 없는 사람'
2019년 새해 첫 날 김형석 교수의 강의를 TV에서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나도 김형석 교수처럼 건강하게 백수를 살 수 있을까?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대학시절 김태길 교수(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 김형석 교수(연세대)의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60년대에는 괴짜 작가 이외수, 걸래스님 중광, 하루하루 살면서 시(詩)를 쓰신 천상병을 좋아했다. 특히 성 프랜시스의 평화의 기도문처럼 천상병의 시 ‘귀천’을 좋아했다. 언제 읽어도 좋은 시(詩) ‘귀천’을 읽어 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을 괴로운 고해 같은 세상이 아니라 ‘아름다운 소풍’으로 표현했다. 이 세상은 잊을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소풍 가는 날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임동선 목사(초대 공군 군종감 역임)가 있다. 신약성서 바울서신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란 성구를 직접 써주셨다. 이 말씀은 60평생 나의 목회 좌우명이 되었다.
어제 만난 사람,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 다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오늘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누구일까? 대학 강의 중에 이런 질문을 했다. 학생들이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런데... 부모, 형제, 가족이라는 말을 못 들었다.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풍자 시를, 피터위어 감독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교사인 존 커팅역을 맡은 로번 윌리엄즈가 학생들에게 들려 준 말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 아까운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오늘을 잡으세요. 내일에 대한 믿음은 할 수 만 있다면 잡으세요”라고 말했다. 이는 오늘을 즐기라는 말로 당시 유행처럼 퍼졌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닮고 싶고 좋아했던 선사가 임제다. 임제가 말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뜻은 어떤 곳이든 주인이 되고 그 곳을 진리가 되게 하라는 것이다. 법정스님, 함석헌선생, 이해인 수녀님도 좋아했다. 지금도 세상 사람들은 미래와 과거로 오가며 정신이 없다.
내일이나 어제 같은 실체 없는 이 세상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여기 눈앞의 처한 순간 커피를 마시든,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떠나보내고 지나고 나서 후회 말고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 사물에 만족하게 되면... 잊을 수 없는 사람, 잊을 수 없는 소풍의 날이 오늘이 되지 않을까?
글/ 서기원(목사, 본지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