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무식한 용기
생각해 봅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무식한 용기
어릴 때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우리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사기꾼 재단사에게 속아 자신의 모든 옷을 벗어 던지고(백성들은 자신의 벌거숭이를 못 보고 있다고 믿으면서) 벌거숭이가 되어 거리를 행진한다.
함께 행진하는 시종과 신하들은 있지도 않는 투명 옷자락을 받쳐 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행진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본 어른들은 조용히 침묵만 지킨다.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런 임금님의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임금님은 벌거숭이야!” 이런 외침에 거리는 수근 거린다. 그리고 마침내 어른들도 아이를 따라서 소리쳤다. “그래, 정말 임금님은 벌거숭이야”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많은 독자들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임금님과 신하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대다가 결국에는 백성들 앞에서 자신들이 사기꾼 재단사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이런 상상과는 달리 그 임금님은 자신이 벌거숭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진을 그만둘 수 없다고 생각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듯이 태연하게 행진을 계속했다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의 현실과 똑같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현실에도 어린아이의 외침과 같은 수많은 폭로들과 문제제기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에서 제기되는 문제들만 바로바로 해결된다고 해도 세상은 지금보다는 꽤 살기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폭로들은 대부분 해결은 고사하고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도 흠칫 놀라는 시늉만 할 뿐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듯이 세상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흘러간다.
이웃나라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끔찍한 사고들이 발생하면 우리도 조심하자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얼마 못 가 그 호들갑은 슬그머니 사라져버린다. 자신이 벌거숭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백하지 않고 행진을 계속하는 어리석은 임금님의 무식한 용기로 세상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전과는 아주 많이 다른 기후현상들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지 잘 알면서도 그것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좀체 보기 어려우며 모두가 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만의일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위정자들은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무식한 용기를 버리고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용기와 의지를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임금님은 벌거숭이야!” 이런 어린아이의 외침에 함께 소리치는 어른들의 “그래, 정말 임금님은 벌거숭이야”라는 외침이 크게 퍼져나가는 세상을 꿈꾸면서.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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