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세 번째 희곡집 낸 최병화 극단 ‘한네’ 대표
최병화 작가(오른쪽) 출판기념회에 함께한 최송림 작가(왼쪽)
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세 번째 희곡집 낸 최병화 극단 ‘한네’ 대표
세 번째 희곡집(예니 출판사)을 낸 의정부 극단 한네의 최병화 대표(62세)는 연극배우와 연출, 단편영화 감독까지 두루 섭렵한 종합예술가다. 그녀는 출판기념회 인사말에서 조금은 특별한 추억을 우스개삼아 소개했는데, 여고 연극반시절 단짝친구 세 명이 미아리 점집에 갔단다. 그중 맨 앞장 선 친구는 채 모 여사였다. 누구보다도 장차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는지가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점꾼은 채 여사에겐 일언지하에 배우는 꿈도 꾸지 말라며, 주부가 제일 좋은 상팔자 직업이라고 말했단다. 최대표에겐 대뜸 “글을 쓰서 먹고 살아!”라는 말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다. 하나 남은 마지막 친구에겐 배우로서 성공하겠다고 미래가 눈에 보이듯 명쾌하게 예언했다. 그녀가 바로 안해숙 TV탤런트란다.
이번 희곡집을 내면서 배우보다는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 그 점쟁이 말이 문득 떠오른 이유가 뭘까? 세월 따라 걸어온 발자취를 이번 기회에 잠시 뒤돌아보니 세 친구네 삶의 현주소가 용하게도 일정 부분 그 점쟁이 말대로 됐다는 놀라움 때문일까? 최대표의 경우 배우든 작가든 극단이든 가정이든 다 성공한 케이스인데도 말이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무대에의 열정을 가슴속에 꽁꽁 다스리며 아이들을 키워놓고 극단을 만든 게 1996년도니까, 벌써 23년이 됐네요. 그때 창단 멤버가 지금도 가족처럼 극단을 함께 지키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만약에 불화가 생겨 서로 갈라선다든가 하면 극단도 깨지는 거죠. 가족해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런 염려는 손톱만큼도 없단다. 그들의 우정은 연극보다도 더 뜨겁고 딴딴하다. 창단멤버 골수단원인 문인옥, 전영옥의 희곡집 발간 축하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최병화 대표의 열정을 보며 인생의 인내와 참살이를 배웠다. 우리들의 인연은 가족보다 더 끈끈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를 지켜주며 화합으로 뭉쳐진 한네 가족 여러분의 사랑이야말로 정말 감격스럽고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문인옥 맏언니 단원에 이어 전영옥 총무도 축하 글을 빼놓지 않는다.
“내 인생에 느닷없이 찾아온 선물 연극, 대사를 까먹어서 얼굴이 빨개져 웃음도 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것도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다. 친구이기도 한 최대표의 권유로 시작한 연극생활이 내 생의 삼분의 일을 차지할 줄이야!” 바로 그들의 극단에서 벌어진 출판기념회는 10월 3일 오후 6시에 축하무대 겸 연극교실 새내기 워크숍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이향숙, 안명옥, 임형균 출연인 <어디로 가는지> 역시 최병화 작, 정현 연출이다. 정 연출은 민예극단 대표 출신으로서 이 극단 남자배우 1호 하덕성과 더불어 보배 같은 존재다. “한국의 아낙네, 한네가 단원 3명으로 주부극단을 시작했을 땐 여자 셋이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어제 같네요. 이제는 정현 선생님이나 하덕성 배우님의 뒷받침으로 멋진 새내기 연습생도 키워내고 있답니다.”
그녀는 경기도 연극제 초연창작희곡상 최다수상자로서 후배 수상자에게 줄 상금을 매년 내놓기도 하는데, 그것을 ‘최병화 희곡상’으로 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무쪼록 <가을 수채화><그 여자 이브> 등 7편의 희곡이 실린 희곡집을 가을맞이로 내놓은 최병화 작가의 모습이 들국화처럼 향기롭다. 희곡집 표지에 실린, 머리핀 꼽고 다듬는 사진이야말로 무진장 부지런한 그녀의 바쁜 일상을 웅변하는 것 같아 살짝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사진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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