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우리는 하나다 평창겨울올림픽
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우리는 하나다 평창겨울올림픽
지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열린 2018평창겨울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평화축제다. 우리로서는 한반도기를 함께 든 개막식을 비롯해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참가로 작은 통일을 일궈낸 역사적인 올림픽이다.
땅과 하늘, 바닷길로 내려 온 그들 가운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 미녀응원단이 경기장 안팎을 달구었다. 경기장 안에서는 미녀응원단이, 공연장에서는 삼지연관현악단이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며 노래 불렀던 것이다.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나요∽’ 북한응원단이 가벼운 체조운동 후 구보하면서 ‘조국통일!’을 복창하는 모습이 TV앞의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는 북경기신문의 모태요 산실인 통일문화재단 이사에다가 명색이 통일연극 시리즈 작가로 자처하는 전쟁둥이로서 어떤 형태로든 올림픽 현장열기에 동참하고 싶어 무작정 강릉행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당일치기 통일을 주제로 한 여행이래도 상관없다.
동해 끝자락 강릉역에 도착하니까 모든 대중교통은 무료라는데 올림픽파크까지는 걸어가도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다. 하키, 컬링,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아레나 등의 실내경기장은 바로 강릉 올림픽파크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 팀이 출전하는 경기는커녕 다른 어떤 게임도 예매 없인 볼 수가 없어서 나는 경기장 주변을 거니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났는가 싶은데 우정 경기를 보러왔는지 관광객인지 모를 외국인들이 꽤 많았다. 나는 그들 세계인들 속에 묻혀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 국민으로서 여러 생각을 떠올린다. 요즘 ‘핵’을 핵으로 둘러싼 한반도의 위급한 정세를 생각하면 평화올림픽이라는 말이 살짝 낯설기 조차 했다.
나는 젊은 날 꿈속에서 전쟁을 만나는 악몽에 시달린 적이 있다. 아, 나는 주검의 계절인 전쟁 때 태어나서 전쟁 때 죽는구나!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른바 전쟁둥이 극작가로서 <도라산 아리랑><에케호모><조통수(祖國統一喇叭手)><콜라병><버들피리> 등등 통일연극시리즈 희곡을 수확하는 밑거름이 됐는지 모른다.
<에케호모>에선 전쟁터에서 남과 북의 병사가 하나의 총으로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작은 통일의 감격을 맛본다는 장면이 있다. 반 토막을 한 토막, 하나로 원 위치 해야 맞다. 나는 대책 없이 하나에 매달리듯 통일연극시리즈와 함께 1인극시리즈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돈><술꾼><곡쟁이 여자(哭女)><장돌뱅이> 등의 모노드라마가 그것이다. <뮤지컬 백범 김구>(류중열 연출)도 통일연극시리즈 중 한 작품인데, 올해로 공연 10주년을 맞는다. 다음은 지난해 말 그 공연을 했을 때 쓴 ‘작가의 글’에서 발췌한 일부분이다.
“역사에서 가정법이란 없다지만 백범 김구가 암살자의 흉탄에 쓰러지지 않았다면 한반도의 오늘은 어떻게 변했을까? ‘고도’든 ‘메시아’든 오늘도 우리는 한반도 남북 평화통일을 앞당길 진정한 영웅을 그리워한다.
이 시대의 알짜 적폐세력은 통일방해 패거리들이다. 외세와 사색당파 지역 패거리, 진영논리 정치문화야말로 우리가 청산해야 할 역사 발전의 방해물인 것이다. 우리의 분단현실 처지를 가장 즐기며 이익을 챙기려는 편 가르기 기생충 무리는 과연 누군지 도려내야 한다.”
이 원고를 쓰는 날 대통령 특사가 방북한단다. 올림픽 기간 중에 있었던 북측 특사의 답방형식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땅에서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다시는 6․25와 같은 비극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 이것은 남과 북의 손익계산서나 승패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잿더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경기신문과 통일문화재단에서도 한민족공동체를 숙명적으로 가슴에 품고 남북통일과 대륙의 꿈을 펼칠 끊어진 철도 침목 잇기 캠페인을 벌인지 몇 년 됐다. 나는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빛나는 올림픽 현장을 뒤로 하고 미리 예약해둔 청량리 행 마지막 기차를 타면서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평화올림픽을 떠올리며 가만히 외쳐본다. “우리는 하나다 평창겨울올림픽!”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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