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치킨게임
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치킨게임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게임 이론의 모델 중 하나로, 어떤 사안에 대해 대립하는 두 집단이 있을 때 한쪽이 그 사안을 포기하면 상대방에 비해 손해를 보게 되지만, 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경우 가장 나쁜 결과가 벌어지는 게임이다. 일명 겁쟁이 게임으로 불리는데 누구든지 먼저 포기하면 겁쟁이(chicken)가 되지만 그래도 큰 피해는 입지 않지만, 양쪽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게임이다. 이 용어는 냉전 시절 (1950년대 ~ 1980년대)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 경쟁을 빗대는 데에 사용되기도 했다.
치킨게임의 유래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자동차를 가지고 한 게임이었다. 한 밤중에 도로의 양쪽 끝에서 2명이 각각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는 게임인데, 충돌 직전에 먼저 핸들을 꺽는 사람이 겁쟁이가 되는 게임이었다. 결국 이 게임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 있는 극단적인 게임 이론인 것이다.
소설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도 치킨게임이 등장한다. 소설의 내용 중에 기찻길에서 펼쳐지는 담력싸움이 나오는데 말 그대로 기차가 달려오는 철길에 서서 2명이 오래 버티기를 하는 것이다. 몸을 먼저 피하는 사람이 지는 것으로 소설 속에서는 먼저 피한 사람이 그 곳을 떠나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것은 치킨게임의 유래를 그대로 재연한 사례인데 다만 자동차도로가 철길로 바뀌었을 뿐 거의 유사한 형태의 치킨게임인 것이다.
비즈니스의 사례를 보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삼성전자와 일본 업체들의 경쟁을 들 수 있다. 마진을 극단적으로 줄이며 손해를 보면서까지 점유율을 높이며 경쟁 업체들을 압박한 결과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파산하거나 사업을 접어야 했고, 그 결과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가 독식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일본에서는 차라리 겁쟁이가 되는 것이 더 낳았을 것이라는 자성론이 남아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외식업계도 치킨게임이 다반사라고 한다, 외식 창업자 10명 중 9명이 3년 내 폐업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외식 시장 환경은 척박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이른바 ‘대박’이 보이는 아이템은 당장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마구잡이로 아이템을 훔친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업체도 망하지만 베낀 업체 역시 손을 들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안동찜닭’은 2000년 들어 최고의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어디 한군데에도 ‘안동찜닭’은 없다. 또한 이와 유사한 아이템으로 오픈한 업체들 역시 원조 ‘안동찜닭’과 같은 길을 겯게 되었다.
그리고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미르·K 스프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대기업들에게 모금을 강요한 것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스스로의 치킨게임으로 30년의 구형을 선고 받았다. 그동안 그는 국민과 당원들의 뜻은 아랑곳없이 오직 ‘자기만 살겠다’는 치킨게임의 룰을 확실히 지켰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일어난 것이다. 비록 비겁자가 될지언정 지금과 같은 암울한 결과는 없었을 것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이처럼 치킨게임은 정말 위험한 게임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6.13지방선거가 열린다. 수많은 후보들이 승리를 위해 엄청난 노력과 힘을 쏟아 부을 것이다. 그러나 승리에도 예의는 있어야 한다.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이른바 마타도어 즉 흑색선전을 하는 후보는 이제 우리 국민들은 결코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후보들 사이에 일어나는 치킨게임은 후보들도 망가지겠지만 우리국민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도 각 후보들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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