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기자수첩 ‘내로남불’
현성주의 기자수첩 ‘내로남불’
요즘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이 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 말로 1980년대 후반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정의당 시절에 대변인이었으며 당 대표였던 박희태 전 의원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1970년대 소설에도 자주 나오던 말이다.
실제로 이문열 작가가 1980년대 발표한 단편 ‘구로 아리랑’에 이와 비슷한 문장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내로남불’이 언제부터 우리사회의 자화상이 되었는지는 우리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도 있듯이 잘 잘못에 대하여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만들면서 남이 그 행위를 하면 범죄이고 자기가 하면 합법이라고 하는 사고는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그리고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도 있다.
제 논에만 물대기. 즉 자기 욕심만 차리는 모습으로 가뭄이 들어 모든 논에 물이 없을 때 물길을 자기 논으로 내어 모든 물을 가져가는 행동이다. 모든 일을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행동에 대해서 내가 잘못한건 모르고 남이 하는 행동은 나쁘고 배척하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나 현상 등으로 ‘내로남불’과 같은 의미다. 또한 ‘내가 하면 비판, 남이 하면 비난’이라는 말도 있다. 비난과 비판은 전혀 다르다.
요즘 국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이런 ‘내로남불’을 참으로 많이 보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집권 여당이 되었고 전 집권의 여당이 야당이 되는 현실의 인사청문회의 장면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었을 때의 ‘내로남불’이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야당 시절에 여당의 인사를 비난하던 그 목소리가 여당이 되어서는 정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가 정상이어야지 비난과 비판을 구별 못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중적인 태도는 자신에게는 조금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빨리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문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내용을 듣고 그에 대하여 물어보는 모임이다. 주로 국가기관에서 입법 및 행정상의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해관계인이나 제3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청문회를 연다. 이런 청문회의 가장 큰 목적은 듣기 위해서 여는 것이다. 이를 더 확대 해석하면 국민들이 궁금했던 부분에 대하여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대신해서 묻고 원하는 답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를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물론 그중에서 원하는 답을 끌어내는 국회의원도 있지만 반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참 답답한 국회의원도 많은 것 같다. 이런 청문회가 가장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청문회 없이 법안이 입법되는 사례는 없다고 할 만큼 청문회가 의회활동의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정착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인 1988년 6월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처음 도입되었다.
사실 청문회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대화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원하는 답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실을 기반으로 많은 조사와 공부는 필수적이다. 본인이 원하는 말만 하는 것은 스스로 정리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또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 것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생활이든 정치든 청문회의 가장 핵심은 좋은 질문과 답변이다. ‘내로남불’이 우리사회의 자화상이 왜 되었는지 이번 청문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글/ 현성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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