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잘못된 용어 ‘대통령’
기자수첩
잘못된 용어 ‘대통령’
국어사전에서 대통령(大統領)을 찾아보면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경우와 형식적인 권한만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자에 속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이런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먼저 대통령이라는 한자를 한 번 살펴보자. 대통령은 한자로 ‘大(큰 대)’, ‘統(거느릴 통)’, ‘領(거느릴 령)’으로 이루어졌다. ‘왕(王)’이라는 용어보다 더 권위적이고 봉건적인 이미지가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은 이런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매우 집착했다. 상해임시정부에서는 ‘국무령(國務領)’이나 ‘주석(主席)’ 혹은 국무총리(國務總理)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스스로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많은 논객들과 정치인들이 제발 대통령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항의를 하였지만, 이승만은 그 요청을 무시해버렸다.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통령(統領)’으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통령’이란 중국에서 “청일전쟁 때 북양함대의 해군 정(丁) 통령과 육군 대(戴) 통령이 뤼순에서…”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군사용어다. 우리나라에서도 ‘통령’이라는 벼슬은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조운선(많은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큰 배) 10척을 거느리는 벼슬을 ‘통령’이라 불렀다. 또한 일본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고대시대부터인데 일본에서는 ‘통령’이라는 용어가 ‘무문(武門)의 통령’, ‘사무라이 무사단의 통령’ 등 ‘사무라이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라는 군사적 용어였다.
대통령이라는 용어 말고 주석(主席)이라는 좋은 말이 있다. 주가 되는 자리. 혹은 일부 국가에서 국가나 정당 따위의 최고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을 호칭하는 말이다. 굉장히 겸손하고 듣기에도 좋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중국과 북한 등에서 사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중국과 북한, 베트남은 ‘국가주석’이고, 타이완에서는 ‘총통(總統)’이란 명칭으로 사용하고, 영문으로 번역할 때는 모두 다 ‘president’로 번역된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용되는 president’는 ‘황제’나 ‘왕’이라는 용어 대신 민주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president’를 ‘대통령’으로 번역하고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말이며 자기나라 최고 통수권자를 대통령으로 호칭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는 분명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잘못된 용어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많이 바뀌어야 하고 변화보다는 진화를 요구해야 한다. 독자들의 고견을 듣고 싶다. 대통령이라는 용어보다 더 좋은 용어는 없는지, 겸손하고 정겨우면서 존경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용어를.
글/ 현성주 기자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