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관일의 세상읽기 '나무망치'
시인 이관일의 세상읽기 '나무망치'
어제 출판사 선배를 만나 ‘중국고전15선'이라는 책 교정 교열을 부탁받고 이야기를 나눈 후 둘이서 출판사 인근 막걸리집에서 한 잔하고 집으로(오후 6시) 가다가 정말로 딱 한 잔이 더 생각나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무작정 광장시장에서 내려 필자가 잘 가는 ‘송월식당’이라는 곳에 갔더니 상을 당해서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동묘를 끼고 있는 ‘골목집’이란 선술집을 찾았다.
3천원짜리 돼지머리고기 안주와 역시 3천원 하는 소주 한 병을 시키고 주머니를 뒤졌더니 으악!!!!!! 딱 3천원뿐이었다.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외상 되는 집도 아니고 해서 다음에 오겠다며 그냥 슬그머니 그리고, 너무나 서글프게 집으로 왔다. 그래서 정말 돈이 뭔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나라가 정말 어지럽다. 아니 혼란스럽다.
깃털인 최아무개가 문제가 아니라 몸통인 대통령 때문이다. 이들에게 돈이란 너무 많아서 탈인 것 같다. 그런데도 돈에 대해서는 막말로 입에 거품을 물고 돈을 밝힌다. 그런데 정말 기분 나쁜 사실은 이들이 쓰고 모으는 돈이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명 시인이 출판사에서 눈 아파하며 교정보고 받은 몇 푼의 고료, 노력과 땀이 배어 있는 이런 돈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 뉴스를 들으면서>
판사의 나무망치와
목수의 나무망치 소리는
둘 다 똑같은데
그 여운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왕자불추 내자불거(往者不追 來者不拒)라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은 맹자 진신편에 나오는 것으로 ‘떠나는 사람은 떠나도록 내버려두고 쫓아가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은 상대가 누구이든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사물에 구애받는 일 없이 자유롭게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살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에서 모든 사람들을 다 진심으로 대할 수 없는 법이고, 또 다 똑같이 대할 수도 없다. 그래서 즐거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좀 더 마음이 가고, 괴로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멀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맹자의 말처럼 멀어지는 상대를 탓하지 말고 내가 상대에게 즐거움을 주는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가난한 무명시인은 그래도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왕자불추 내자불거’처럼 ‘앞으로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자’라며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도 내공이 많이 부족하기에 과연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혼자 가만히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밤 10시 쯤 슬그머니 집을 나와 동네 편의점에서 담배 몇 모금에 소주 몇 잔으로 세상을 한 번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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