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 목사의 시론, '시선의 권력'
서기원 목사의 시론, '시선의 권력'
인간의 감각 중에서 시각(視覺)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각을 통해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얻기 때문이다. 시각은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이 주는 정보보다도 훨씬 많다. 이는 시각이 외부에 대한 정보의 70%를 시각이 차지한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시각은 손으로 만지거나 몸으로 느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정한 공간적 거리를 전제로 한다. 손이나 몸으로 만지거나 느끼려면 대상과 가까워져야 하지만, 시각은 이와 반대로 너무 가까우면 볼 수가 없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관계에서 잘 나타난다.
인간은 몸을 매개로 봄/보임의 관계 가운데서 타인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몸으로 살아가는 이상 인간은 타인을 보는 주체이면서도 동시에 타인에게 보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본다는 것은 주체적인 것이고, 능동적인 것이지만, 보인다는 것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타인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수동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봄/보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보이지는 않고, 보기만 하는 경우, 쌍방향적인 관계에서 일방적인 관계로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부터 ‘지배 관계’가 형성되고, 권력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벤담이 설계한 원형감옥(pan+option, 모두+본다)을 연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원형감옥은 중앙에 하나의 감시탑이 있고, 감시탑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지어진 각 방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감시탑에서 모두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감옥에 있는 죄수들은 감시탑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게 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이는 상황은 보는 시선에 의해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공장이나 지하철 아파트 등에 존재하는 cctv는 벤담이 의도했던 방식대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것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역으로 개인 사생활에 대한 감시이기도 하다. 원형 감옥의 죄수처럼, 길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cctv로 감시당하며 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 통신망 대화도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다 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일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정보의 독점이고, 보는 사람들에 의한 지배이다. 과거에 정부는 자신만의 정보 수집 능력으로 시민들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인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 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며 살았던 것이다. 이것이 다 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정부에 의한 과거의 시민의 지배형식이었다.
지금 일방적인 시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았던 검찰 수사 형식이나 내용 등이 기자들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고, 청와대의 답변과 검찰들의 입장 등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반박이 되고, 기자들도 몰랐던 사실들이 네티즌들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이 있다.
아무튼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독점한 일부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다 볼 수 있는 입장에 있었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정부 관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감시하는 입장에 가까이 와 있다. 인터넷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정보가 현재 정치인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현재 정치인들의 말을 그 정치인이 이전에 했던 말로 실시간으로 반박될 수 있는 빅 테이터(big data)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의 역전은 곧 지배관계의 역전을 의미한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말한 바 있다. 주인은 노동하지 않고, 종이 생산한 생산물을 취하고,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다보기만 한다. 그러나 노동을 통해 의식이 성장한 노예는 점차 주인을 아래에서 위로 보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한다. 이 시선의 변화에서 점차 노예가 주인이 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시선은 권력이다. 권투 선수가 시합 전에 눈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것도, 시선에서 밀려 상대방에게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시선이 일 방향적일 때 지배가 일어난다. 지금 시민의 눈이 권력이 되어가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투명하게 시행되지 않는 정치는 매우 빠르게 시험대 위에 올라온다. 앞으로는 시민들 모두가 서로 봄/보임의 쌍방향적 인간관계에 기초한 (전자)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기대해 본다. 서 기 원(의정부의료원 원목)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