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기자수첩/ 올 한해를 보내면서
현성주 기자수첩/ 올 한해를 보내면서
또 한해가 흘러갑니다. 그동안 고맙고, 아름답고, 행복했고, 혹은 가슴 아팠던 많은 사연들을 간직한 채 2016년은 다시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과거라는 공간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좀 더 노력하고, 사랑하고, 참고, 의젓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특히 헛되이 보낸 시간 때문에 그리고 아무것도 이룬 것은 없고, 잃어버린 것들만 있어 더더욱 그 아쉬움은 크기만 합니다. 그러나 내가 만났던 모든 일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에 감사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아직 조금은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랑 안했다.’ 혹은 ‘사랑은 모른다’ 등등 여러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정답은 ‘사랑했었다’라고 합니다. 저는 올해도 이렇게 생활했습니다. 바로 사람이나 일 등 모든 내가 해야 될 일에 대해 그저 사랑했었다라며 과거형에 만족하며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삶이 무슨 뜻인 줄 아십니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삶이라고 합니다.
이 말 역시 저에게는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저는 그동안 믿는다고 하면서 의심했고, 부족하다고 하면서 잘난 척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닫았습니다.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하지만 2016년을 보내면서 아직도 앞으로 남은 세월에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멋진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 아직 남아 있어 스스로 감사의 마음을 가져 봅니다.
지금 비록 정치는 엉망이고 경제는 나날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하늘은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지만 제 삶의 모습이 올 한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이처럼 지난 흔적의 아픔을 찾기보다는 가능성이 활짝 열린 내년의 시간을 바라보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아프리카 줄루족의 생일 인사말은 '한없이 나아가십시오' 라고 합니다. 우리의 인사말은 그저 '건강하십시오. 편안하십시오. 소원 성취하십시오' 정도인데 상당히 진화, 글쎄 묘한 인사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미국의 흑인인권 운동가 말콤 엑스 (Malcolm X, Malcolm Little)는 아메리카 흑인 인권 문제에 대해 “그러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이런 발언은 힘을 잃고 있을 때 한 말입니다. 러시아의 작가 M 알리인도 ‘인간의 역사’란 책에서 인간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을까? 라는 자문자답에 스스로도 정확한 답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저 졸루족 인사 말 처럼 그저, 마냥, 한없이 나아가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가 잡초인 것도 모르면서 종종 세상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는 제가 너무 쪼잔하고 불쌍해서 이런 표현을 한 번 해 보았습니다.
어쨌든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유년 2017년에는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만나 줄루족의 인사처럼 한없이 잘 나아갔으면 합니다. 올 한 해도 저희 신문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독자 여러분들이 제게 베풀어 주신 우정에도 깊이 감사드리고 새해에는 더욱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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