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멸사봉공(滅私奉公) vs. 활사개공(活私開公)
멸사봉공(滅私奉公) vs. 활사개공(活私開公)
멸사봉공(滅私奉公)이란 말은 “나를 소멸시키고 희생해서 공공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소련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할 때나, 독재국가들이 통치의 이데올로기로 국민들에게 주입시켰던 가치관이다. 근대 일본 또한 천왕을 중심으로 서양의 문명을 받아들여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메이지 유신(維新)을 단행하며, 멸사봉공을 강조한 민족주의를 만들어 낸다. 물론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 이념 그 자체는 과학혁명을 바탕으로 근대 국가를 수립하면서 나온 서양인들의 자만심의 산물이다.
이러한 서양의 민족주의 이념에는 서양을 중심에 놓고 다른 여타의 민족을 멸시하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적 시선이 들어 있다. 하지만 서양의 민족주의 토대에는 근대 민주주의 이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는 뜻의 개인(In-divisual)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그 바탕에 있는 것이다. 서양의 근대 민주주의 정신은 이렇게 개인의 의견과 이익을 최대화 하여 이를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완성된다.
활사개공(活私開公)이란 말은 “나를 살려서 공공의 이익을 열어간다.”는 뜻이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한 민주주의 및 상업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했던 서양 서양인들이 추구했던 가치관이다. 미국 혁명과 프랑스 혁명은 근대 부르주와의 이익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근대 민주주의 혁명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미국 독립선언이나 프랑스 인권선언은 국가가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에 대한 선언이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서 짐이 곧 국가(l'Etat, c' est moi)라고 말했던 루이 14의 절대주의는 막을 내리게 되고, 시대는 이제 왕권이 신에게서 수여된다고 생각했던 시대에서 국민에 의해서 위탁되는 시대로 바뀐다. 이때 이후 국가 및 그 안에 있는 국민 개개인은 절대로 왕이나 대통령을 위해 존재하는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국가의 대표를 선출하는 주인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생각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민주주의 이념을 채택하여 나라를 이끌어 간다.
대한민국 또한 1948년을 기점으로 하여 서양 근대적 의미의 정부를 수립하였다. 물론 그 이전에 상하이 임시정부 활동과 김 구를 중심으로 한 민주적인 통치과정이 있었다. 이들이 생각했던 이념도 국가가 개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데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는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국가 권력이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서양 근대 민주주의 및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활사개공(活私開公)의 정신에 따라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를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봉건적 의미에서의 멸사봉공(滅私奉公)의 가치에 따라 통치자가 마치 주인인향 행세해 왔다. 국민 전체가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이에 대해 반항 하는 사람들은 ‘블랙 리스트’로 분류되고, 이들에게 불이익이 주어지고, 탄압받는 시대가 지속되었다. 지금까지 나라가 이렇게 거꾸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든지 모르는 정치인들이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외치고 있다.
국민 개인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더 이상 국민의 대표일 수 없다.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국회의원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봉건시대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과 단순한 애국(愛國)의 정신 프레임으로는 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없다. 개인의 이익과 행복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민주주의적 정책만이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이다.
글/ 서 기 원(논설위원, 의정부 의료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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