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기자수첩 '중국의 적반하장(賊反荷杖)'
현성주의 기자수첩 '중국의 적반하장(賊反荷杖)'
적반하방(賊反荷杖)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도둑 적(賊), 돌아올 반(反), 꾸짖을 하(荷), 지팡이 몽둥이 장(杖)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도둑놈이 도리어 매를 든다’라는 뜻이다. 잘못한 놈이 오히려 자신을 꾸짖는 상대한테 덤벼드는 경우를 가리킨다.
분명 중국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이런 적반하장의 이유는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1)아예 인식을 못함, 2)잘못을 인정하기 싫음, 3)잘못을 인정할 수 없음, 4)알아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이 딱 이 꼴이다. 지난 10월 7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4.5t급 해경 고속단정 1척이 우리 영해로 침입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과 부딪쳐 침몰했다.
해경은 중국어선이 단속에 나선 고속단정을 고의로 충돌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리고 한국 외교부는 지난 9일 외교부 청사로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한 데 이어 11일에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의 수위를 높이면서 강력한 단속 방침을 통보했다. 해적과 같은 무장을 하고 또 다시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함포를 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2일자 사설에서 오히려 한국을 비난하면서 자국 어민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중국 어선에 함포를 쏜다니...한국 정부 돌았나?’ '국가 전체 민족주의 집단발작' '한국 해경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 등 비난 일색의 기사를 실었다. 정말 적반하장이다.
특히 이 신문은 한국 여론이 흥분해서 날뛰자 한국 정부가 중국 어선에 함포를 사격하는 것까지 허락했다며 이건 국가 전체의 민족주의의 집단발작이라고까지 사설은 표현했다. 또 사설은 한국 해경이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해상 법 집행 부대중 하나라고 꼬집으면서 자국 어민들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회 약자계층라고 두둔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같은 중국의 주장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공공의 적’이 된 중국어선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어선의 ‘글로벌 불법조업’은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중국의 인접국가인 한국과 러시아,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배타적경제수역(EEZ·해당국의 경제주권이 인정되는 수역)에 무단 침입해 불법 조업한 중국 어민이 억류됐다 풀려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는 관련국 간 영유권 주장까지 맞물리면서 외교 문제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올 5월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는 나투나 해역에서 해군이 조업 중이던 중국 저인망 어선을 향해 발포해 나포했다. 6월에도 같은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향해 총격을 가했으며 2014년에는 220여 척의 어선을 폭파해 침몰시키기도 했다. 베트남은 중국어선 단속에 한계를 느껴 수산자원감시대 소속 선박에 기관총과 고사총 등의 무기류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필리핀은 2014년 EEZ 불법 조업 혐의로 억류된 중국 어민 11명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를 두고 중국과 외교적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불법 중국어선들 때문에 골머리를 앍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중국어선을 나포하면 그 자리에서 폭파시키고 수장시켜버리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중국어선의 선원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해경이 죽었고 다쳤는지 중국 당국에게 묻고 싶다.
또한 이 신문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상호신뢰가 심각하게 약해져 사소한 마찰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호 오해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양국은 서로 자제해야하며, 그렇지 않고 매번 도발하고 보복한다면 분노가 극에 달해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세계의 중심이며, 이제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중국의 이런 황당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에라~ 이xx들아! 그러니깐 축구를 그렇게도 못하지!”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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