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 목사의 '긍정의 힘, 부정의 힘'
서기원 목사의 '긍정의 힘, 부정의 힘'
현실을 긍정하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확신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 긍정의 힘은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준다. 긍정의 힘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보며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며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재빨리 다른 일에 마음을 두며 더 발전적인 일을 하도록 한다. 또 미래의 일어날 일에 두려워하며 불안해하기 보다는 미래가 잘 될 것이라고 믿고 긍정할 때, 사람들은 마음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있고, 하루를 걱정 없이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이런 긍정의 힘은 위약효과(placebo effect)에서 잘 나타난다. 맹물 주사라 할지라도 환자에게 긍정적인 말을 하며, 곧 건강해 질 것이라고 믿게 하면, 실제로 낫기도 한다. 이처럼 주어진 현재의 사실이나 다가올 미래의 사실에 대한 긍정은 우리 삶을 발전적으로 만들고 풍요롭게 하기 까지 한다.
주어진 현실을 긍정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긍정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만약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부정의 힘이 없다면, 인간은 나태해 질 수도 있고, 다가올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준비할 수도 없다. 미래에 대한 적당한 불안과 긴장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비판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것이 부정의 힘이 갖는 힘이다.
이미 있던 전통에 순응하며 긍정만 하고,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부정의 힘을 서양의 과학 발전에서 볼 수 있다. 오래 동안 진리로 간주되었던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코페르니쿠스의 부정이 없었다면 지동설은 가능하지 않았고 새로운 역사는 존재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주어진 현실과 전통을 부정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근대 사상가들의 부정의 힘이 있었기에 서양의 근대 문명이 가능했다.
긍정의 힘과 부정의 힘은 일상의 대화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대화 상대자들이 긍정의 힘과 부정의 힘을 동시적으로 받아들일 때, 성숙한 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창조적인 생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상대방의 말이 거짓이고 오류 임에도 불구하고 긍정만 하고, 이를 부정하여 비판적으로 지적해 주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언제나 오류가운데 있게 될 것이며, 나 또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부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무엇인지 긍정하는 정신이 먼저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긍정할 수 있을 때, 상대방의 약점이나 문제점도 제대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자 헤겔은 역사가 긍정-부정-긍정의 방식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떤 한 주장이 있으면 그 주장이 잘 설명되고 긍정되는 시기가 지속되다가 어느 한 순간에 반대 의견에 직면하게 된다고 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옛날의 생각과 주장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생각과 제도가 나타나게 되고, 이 새로운 생각은 기존의 생각을 대신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생각과 체계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은 또 다른 생각과 체계에 의해 대치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칼 마르크스는 헤겔의 이러한 변증법을 역사에 적용하여, 계급투쟁을 통해 역사가 발전해 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기에 지금의 자본주의는 언제나 지속되지 않고, 언젠가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긍정의 힘과 부정의 힘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똑 같지만 다른 방향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다. 건강 때문에 염려하고 있는 사람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 직장에서 조기 은퇴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부정의 힘 보다는 긍정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좌절을 겪어 보지 않고, 땅을 밟아 보지 않아서 자신이 서 있는 땅을 남이 서 있는 땅과 비교하여 생각할 수 없는 사람 즉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부정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러한 사람들은 타인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힘은 무엇일까? 긍정의 힘일까? 아니면 부정의 힘일까? 서 기 원(의정부 의료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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