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사모곡(思母曲)'
가정의 달 특집 '사모곡(思母曲)'
시인들이 쓴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은 수만 편,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애절한 사모곡들은 대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그려진다. 그 이유는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안다.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공기와 물 같은 존재였다. 살아생전 우리들은 그 고마움을 모르다가 이제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야 비로소 그 감사함과 그리움에 시인들이 그린 사모곡들을 다 절절하다. 참참하다.
영어에는 ‘조국’에 해당하는 단어로 father land는 없고 ‘모국(母國)’이라는 뜻의 mother land만 있다. 왜 그럴까? 어머니는 국가와 인종, 피부색과 연령에 관계없이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시는 작가 미상으로 고려 때 작품이다. 6구체 비연시에 민요적 형식으로 어머니를 그리는 애절한 목소리를 담았다. 농경 사회의 친숙한 농기구(호미, 낫)에 빗대어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을 노래했다.
호미도 날이지마는/ 낫같이 잘 들 리도 없습니다/ 아버지도 어버이시지마는/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이가 없습니다/ 아시오(말씀 마시오) 임이시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습니다. 호미도 날이 있지마는/ 낫처럼 들을 까닭이 없습니다(호미와 낫의 비교)/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마는/ 어머님같이 나를 사랑하실 분이 없습니다.(아버지와 어머니의 비교)/ 더 말씀하지 마시오(아서라 )사람들이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임금이 죽으면 붕어(崩御)라고 했다. 붕(崩)자에는 온 세상이 무너졌다는, 파탄에 대한 최대의 표현이 들어가 있다. 이런 의미로 오늘날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천붕(天崩)’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늘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지붕(地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바로 땅이 꺼졌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땅이 꺼져버렸다. 아! 나는 이제 서 있을 수가 없구나. 통곡한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오세영 시인 ‘어머니’를 소개한다.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심순덕 시인의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라는 도 한편 시를 소개한다. 그는 강원도 평창 횡계에서 유복한 가정의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으나 31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시로 발표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생선 머리가 더 맛있다고 몸통은 드시지 않을 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 싶다고/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던 나/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신(神)은 신이 갈 수 없는 자리에 어머니를 대신 보냈다”는 말처럼 자식을 위해, 가정을 위해 어머니는 언제나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다. 자식들은 이런 어머니의 삶을 보고 마치 어머니는 무쇠 팔다리, 억척스런 강철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도 사람이다. 어머니에게도 슬픔도 있고 아픔도 있는 것이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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