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일본의 국보가 된 조선의 막사발
현성주의 일본의 국보가 된 조선의 막사발
일본의 국보가 된 조선의 막사발
우리나라 도자기 기술과 미(美)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었다. 10세기를 전후해서 청자와 백자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려와 중국밖에 없었다. 특히 고려청자는 도자기의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중국도 인정하는 천하 명품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세계 최강의 IT강국인 셈이다. 그리고 조선에 와서는 또 하나의 명품이 탄생했는데 바로 막사발이다.
막사발은 매우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그릇으로 불린다. 원래 이 그릇은 청자에 흰색을 입힌 분청자에서 나왔다. 분청자를 유약에 담그든지 아니면 붓으로 유약을 거칠게 칠하는 방법을 통해 만들어졌다. 고려의 청자나 백자는 매우 자유분방한 미학을 자랑하는 그릇이라면 막사발은 거친 모습이다.
막사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움은 금이 가면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옆이 터지면 그것도 그대로 놓아둔다. 밑으로 유약이 흐르면 그것도 개의치 않는다. 그릇 모양만 인위적으로 만들고 그 다음부터는 자연에 맡겨놓았다. 우리나라 미학의 특징 중 하나는 가능한 대로 인위적인 손길을 줄이는 데에 있다. 막사발에서도 이런 미학이 담겨있다. 그래서 막사발은 자연과 인공의 솜씨를 절묘하게 배합한 작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의 막사발은 중국 도자기의 화려함이나 일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없지만 오히려 투박하고 비틀린 형태이지만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조선의 도공들이 만든 막사발에는 우주와 삶의 원리가 담겨있다. 그리고 막사발의 정신은 욕심 없는 삶이다”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이 있듯이 도공의 혼을 불살라 구워낸 ‘막사발’의 현재적 의미가 바로 ‘가장 한국적인 것’라고 주장한다.
일본 교토(京都)의 사찰 다이도쿠샤(大德寺)에 가면 조선의 막사발이 보관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일본국보 26호 ‘기자에몬 이도차완’(喜左衛門井戶)’이다.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조선의 도공들을 일본으로 납치했던 조선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어느 조선 도공이 만든 막사발에 혼이 나갈 정도로 반했다. 그리고 이 막사발은 대대로 그의 후손에게 전해졌으나 이 사발을 가지고 있던 후손마다 우환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한 맺힌 조선 도공의 한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슬픈 사연을 가진 이 막사발은 결국 다이도쿠샤(大德寺)에 맡겨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막사발은 그릇의 선이 아름답고 단아하며 허리부분이 깊은 완형으로 허리에서 몸통에 걸쳐 둥글게 부풀어 있어 꾸밈없는 자연스러움과 소박함을 자랑한다. 막사발의 빛깔은 비파색과 회백색을 띄고 있지만 산화와 환원의 작용에 따라 색의 변화가 생겨난다. 막사발은 격에 맞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도공의 손재주가 아닌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과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마음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러니 일본인들이 시쳇말로 ‘환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만든 것처럼 보이고, 새 것일 땐 밥그릇으로 쓰다가 헐면 개밥그릇도 되었다가 깨지면 사금파리 조각으로 아무데나 뒹굴면 그만인 막사발을 일본인들은 이렇듯 경배와 찬탄의 눈길로 바라보는지 각성을 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더더욱 노력했으면 좋겠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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