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정치의 계절
정치의 계절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악수정치, 미소정치, 참배정치, 이미지정치, 유명 이름 앞으로 모여 줄서서 기생하기 정치, 지역에 편승하여 깃발 세우기 정치, 큰 절 정치가 시작되었다. 소신도 없고 최소한의 정치적 의견도 없는 무능한 여당도 여당이지만,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면서 게으르고 나태하며 손쉬운 정치만을 해오다가 갑자기 마치 자신들이 이제 나라를 바로 잡겠다는 듯이, 나라를 위한 ‘새로운 결단’이라도 하는 양 호들갑들이다.
속으로는 다른 마음이면서 겉으로는 좋아하는 척하며 악수하고 웃는 모습만 보여주는 정치인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데, 마치 자신이 죽은 이들과 꽤 친했다는 듯이 난데없는 분향을 하고, 참배를 한다.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인가 보다. 서로 만나서 화해할 수 없는 두 정치인들을 번갈아 가며 하루에 한꺼번에 분양하기도 한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열심히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얼굴을 바꾸어 새롭게 신념과 신뢰의 아이콘인양 나타나고, 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미지 아래서 이 아이콘을 숙주 삼아 기생하려고 난리다.
오랜 시간 동안 보아 왔지만, 정치인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 봐야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자신의 힘 부풀리기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명분이니 실리니 하면서 제법 ‘정치 철학’이나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없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보면 새로 부임한 원장은 소록도 주민을 위하여 일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저런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소록도 주민들의 천국이 아니라, 당신들의 당신들을 위한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선거 때마다 당이 없어지고, 새로운 당이 만들어지나? 국정철학이 있으려면 오랜 동안 정책을 위한 토론과 노력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노력의 바탕 위해서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이 나오는 법인데, 고작 몇 개 월 전에 만들어져가지고 무슨 정치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회의 몇 번하고 정책 입안 몇 개 만들어서 눈속임으로 정권을 잡은 정당이 무슨 정책을 제대로 펼치겠는가? 어떻게 하면 표를 많이 얻어서 자신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사람들이 무슨 정치를 한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 올해 4월이면 모처럼 국민들이 잠시 주인행세를 하는 시절이 올 것이다.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자신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시민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것처럼 엎드려 큰 절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될 것이다. 루소가 말했다고 한다. 시민은 선거 때에만 진정한 시민이 된다고. 그 외의 시기는 투표에 당선된 자가 주인 행세를 한다. 선거가 끝나면 앞으로 4~5년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민은 노예 신세가 된다. 바보 같은 시민은 기꺼이 노예가 된다. 언제까지 이러한 반복을 해야 할지...
니체가 말했다. 인간은 권력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인간의 의지란 곧 권력에의 의지라고. 이는 맞는 말이다. 누구나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자신의 힘을 최대화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권력에의 의지가 가장 강한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 정치가들이다. 정치가들에게 정치나 철학을 기대하지 말라. 그들은 권력에의 의지 그 자체다. 그들이 시민들을 위한다고 말할 때, 그들이 국민들을 위한다고 말할 때, 그들이 민주주의를 위한다고 말할 때 ‘시민들’ ‘국민들’ ‘민주주의’ 라는 단어들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는 ‘나의 권력’이다.
정치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뒤 떨어진 후진 집단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서처럼 경쟁도 없다. 채용을 위한 자격시험도 없다. 그들이 한 일에 대한 성과 성적 평가도 없다. 아무리 평가가 저조해도 다음에 또 그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들이 임기동안 이룩한 성적표가 저조해도 제적당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출석해야 할 의무도 없다. 누가 출석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자신들의 월급을 자신들 마음대로 올려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도 잘 망각하는 어리석은 백성들 때문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니 이들이 노력을 안 할 수밖에... 그들만 모른다.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3류 집단이라는 사실을! 그냥 그 자리에 몸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 되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그것이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글/서기원(본지 논설위원, 의정부 의료원 원목)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