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위기의 잔치와 정치'
시론/ 위기의 잔치와 정치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실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매우 중대한 사실이다. 이것이 중대한 사실인 이유는 그것이 단지 위성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기술적 능력 이상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북한과 적대하고 있는 나라에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다시 말해 이것은 북한이 미국 본토에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유했다는 것이고, 유사시에는 핵을 장착해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으로선 그냥 앉아서 보고 있을 수 없는 사실(위협)이다. 미국의 위협은 곧 일본과 남한의 위협이 된다. 그래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현재 남한은 경제적으로 정치 군사적으로 위기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국민들 대다수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위기로 느끼지는 않는다. 위기가 장기화 되고 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나타나게 되면,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안보니 반공이니 하면서 오래 동안 한반도는 위기를 반복해 왔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안정화를 추구하는 기성세대들의 표를 의식해서인지 불안한 사실들이 더 자주 등장하고 언론은 이를 재난상태 보도하듯이 보도 한다.
노동법 통과와 관련하여 직권상정이 안 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직권상정이 문제가 되어 야당은 현재 필리버스터(의사방해연설)를 진행 중이다. 직권상정을 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직권상정의 성립요건이다. 비상사태에서만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비상사태란 어떤 상태일까? 외국의 침략의 위협이나 국가재난에 준한 상태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의 상황 인식에는 사람들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국회의장과 이 법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현실이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는 반대로 야당이나 이를 지지하는 다른 사람들은 지금의 현재를 비상사태로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여당은 이제 아주 좋은 꽃놀이 패 하나를 던진 셈이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비상사태를 선거 직전까지 끌 경우에도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들은 불안한 국민 대다수가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집권여당을 찍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위기라고 말하고 정치 군사적으로 위기라고 말하는 언론이 존재하는 한, 여당의 반사 이익은 커질 것이다. 실제로는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의 원인이 통치자의 잘못에 있지 않고, 입법부에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군사적으로 대치 국면에 있음을 시간 날 때마다 국민들에게 상기시키면 국민들의 의식은 대림절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예수의 등장만큼이나 새로운 ‘구세주’를 한층 더 고대하는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이 ‘비상사태’는 통치자와 여당에게는 ‘축제’의 절기일 수 있다.
윤흥길의 『완장』에 보면 저수지 감시원으로 일하는 임종술은 저수지를 경계로 하여 저수지에 접근하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규정한다. 심지어 자신의 옛 친구와 자신을 저수지 감시원으로 임명한 최 사장까지도 적으로 간주한다.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더욱 확고하게 수립하기 위해서이다. 그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뭄이 와서 저수지의 물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위기로 간주되어야 하고, 낚싯대를 드리우고자 하는 모두가 다 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지금 누군가 『완장』을 차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임종술은 과거에 완장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의 반장, 경비나 방법 대원 등에게 쫓기며 살던 시절, 완장을 찬 사람들에 의해 당한 안 좋은 경험이 있다. 그는 이제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완장을 차고 다른 사람들을 억압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그는 과거에 완장을 찬 사람들에게 당한 수모를 ‘자신도 모르게’ 앙갚음 한다. 이것은 곧 자신이 서 있던 과거를 지워버리는 일과 연결된다.
그의 아버지가 일제 강점기에 쌀을 숨겨두었다가 발각되어 고초를 당한 사실을 해방 이후 완장을 차면서 독립운동으로 해석하듯이 그렇게 자신의 과거의 역사를 다시 쓴다. 그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지우기 위해 자신의 어두웠던 삶을 지우고 부정하고자 새로운 적을 만들어 투사시킴으로써 역사를 되돌리고자 한다. 완장의 이야기는 소설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곧 모든 사람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과열된 자아 곧 새로운 통치권(Sovereignty)이 도래하는 일이 남았다. 문제는 어두웠던 개인의 그림자 때문에 선량한 다수가 이유도 모른 채 억압을 당한다는 것이다. 글/서 기 원(논설위원, 의정부 의료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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