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훈의 '국회의원선거 당선자들에게'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민본정치와 애민사상을 가슴에 간직하시길”
먼저 북경기지역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당선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해 진행되는 거대한 국민적 축제의 한 마당이다. 그런데 마냥 축하의 인사만 올리기에는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난날의 정치풍토가 머리에 떠오르기에 그런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 “선거만 끝나면 노예제가 시작된다”라고 했다. 충격적인 말이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왜 수긍이 가는 것일까?
어려운 경제 상황, 어지러운 정치현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빈부의 심한 격차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한 원인과 대안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제도 보완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왠지 모르게 어설프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각 당의 정책이 무엇인지 아는 시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상황은 끝났는데 이제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하랴? 루소의 이야기처럼 예전에는 정말 투표가 끝나면 당선자들은 주인 행세를 했다. 국민들을 종처럼 부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이 한 결 같이 내 뱉은 소리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안 되도록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국회의원의 자리가 마치 권력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봉사하겠다고 하고선 당선되면 봉사의 ‘봉’자도 기억 못하는 치매 의원이 되지 말아달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자들에게 부탁드리는 유권자들의 간절한 심정이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선거운동원들과 명함을 돌리고, 유세차를 통해 이름 알리기에 열심인 후보들을 보며 우리 유권자들은 때로는 애처로움을 느낀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그런데 ‘정치가 존재해서 참 좋다’ 같은 정치에 대한 가치가 일상 속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다가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 때가 되어서야 유권자들은 정치가 있고 정치인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후보들이 선거 운동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겠지만 그중에서도 유권자들의 정치 냉소주의, 혐오주의 등은 매우 심각한 것들이다. “뽑아주면 뭐 하냐”,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똑같아”, “선거 때만 시장에 얼굴 비추지 평상시에는 나타나지도 않아” 유권자들의 이런 생각과 행동은 왜 생겼을까? 인도의 수상 네루는 “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네루의 말을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자들은 가슴에 각인시켜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중국의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社稷)이 그 다음이고 군주가 가장 가볍다고 하여 백성을 제일로 꼽았다. 바로 민본정치(民本政治)인 것이다. 민본정치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정치사상이다. 맹자는 천자의 자리가 하늘과 백성이 내린 것이라고 하여 백성이 모든 정치적 행위의 주체라고 했다. 또한 백성을 정치적 대상으로 여겼으며, 백성 없이 국가가 없고 정치적 목적 역시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것은 유교의 정치사상의 핵심으로, 학문과 교육을 중요시하는 교학정치(敎學政治)와 근본을 지키고 백성과 함께 즐기려는 예악정치(禮樂政治)를 포함하며, 왕도(王道) 정치의 이상이기도 하였다.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 정도전(鄭道傳 1342 ~ 1398)은 애민사상(愛民思想)을 주창했다. 당시 모든 국가는 왕조였고 국가, 국왕에 대한 충성이 최고의 가치였다. 정도전은 유배기간 동안, 백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보고 느끼면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려 하였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정치를 못하는 왕은 폐위시키고 새로운 백성을 위한 왕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너무 위험한 혁명사상이었다. 이번에 국회에 입성하는 당선자들은 맹자의 민본정치와 정도전의 애민사상을 가슴에 간직하고 국회의원이란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각인시켜주길 바라면서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글/ 방영훈(북경기신문 이사장, 전 한국일보 기자. 현 동두천영상단지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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