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세이 '딘치족(dinch 族)'을 아십니까?
문화에세이 '딘치족(dinch 族)'을 아십니까?
요즘 딘치족(dinch 族)이 뜨고 있다. 딘치는 점심 겸 저녁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저녁식사를 의미하는 디너(dinner)와 점심식사를 뜻하는 런치(lunch)를 합성한 말이다. 일명 러너(lunner)라고도 하며, 한때 인기를 누렸던 브런치(brunch 아침과 점심을 함께 하는 식사로 Breakfast의 Br과 Lunch의 Unch로 만들어진 말)에 이어 2010년대 중반 20~30세를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딘치족들은 가볍지만 영양을 제대로 갖춘 식사이면서도, 주말만큼은 붐비지 않는 비(非)식사시간대에 여유롭게 식사를 하려는 성향이 강해 오후 3~5시 사이를 주로 이용한다.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말의 경우 식사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데다가,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을 일찍 챙겨 먹으려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딘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하루에 세 끼를 꼬박꼬박 먹은 것은 현대에 들어와서 시작되었다. 그러면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몇 끼를 챙겨 먹었을까?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펴낸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책을 보면 조선시대에는 두 끼 식사가 기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 후기의 학자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백과사전 형식의 책)’를 보면 점심은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계절에 따라 먹는 것이 달랐는데 8월까지 7달 동안은 세 끼를 먹고,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5달 동안은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고 기록 되어 있다. 즉 해가 긴 여름, 그리고 농사철에는 활동량이 많았으므로 세 끼를, 해가 짧은 겨울, 농한기에는 두 끼를 먹었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지금의 딘치족처럼 이미 운동 정도에 따라 열량을 조절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식사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1일 2식, 웰-빙 식단 등 새로운 식습관이 유행함에 따라 딘치족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딘치족들을 위한 상품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E회사 외식사업부 관계자는 “최근 ‘딘치족’이 늘어나는 것을 상황을 감안해 점심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점심 한정 신 메뉴를 출시했다”며 “계속해서 이런 고객들을 위한 신 메뉴 개발과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고, M회사는 떡볶이를 이용한 퓨전 요리 ‘크림버무리 김치 떡볶음’은 고추장이 아닌 우유와 생크림으로 버무리고 콩가루를 올린 새로운 메뉴로 딘치족들을 유혹(?)하는 아이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생긴 것으로 예전 대가족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과거 대가족에서 핵가족, 이제는 1-2인 가구 순으로 점점 가족의 구성이 변해가고 있다. 2013년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전체 1733만 9000가구 중에서 1-2인 가구는 24.3%(420만 500가구)로 집계되어 있다. 이런 증가에 따른 주거 환경의 변화를 보면 1-2인 가구는 스마트화, 엔터테인먼트화, 커뮤니티화 같은 트렌드를 형성하여 주거 환경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전자-IT-자재-공간 설계와 관련한 스마트 기술 및 다양한 주거 서비스가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 식품까지 이런 추세로 간다면 세상은 정말 ‘측은’해 질것이다.
잘 산다는 게 경제적으로 풍요하거나 편한 삶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인간다운 삶, 질 높은 삶, 창의적인 삶, 절대적인 행복과 자유 그리고 삶과 죽음의 초월 등의 진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창의성 없이 편하게만 산다면 편안한 동물과 다름없고, 기술적인 면만 추구해서 경제적으로만 잘산다면 물질은 풍부하지만 인간성은 실종된 삭막한 삶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떡하랴? 세상은 이렇게 변해 가는데. 인정 할 것은 인정하고 살아야지. 끝으로20~30대 딘치족들에게 건강과 행운이 따르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빛이기 때문이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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