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중의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무세중의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역사가 거꾸로 쳐 박혔다가 광복이라고 일제를 벗어난 지 70년
우린 다시 남북으로 처박혀서 허리 짤리고 손발이 뭉그러져
분단의 치욕에서 살아 왔는데
좀 생각이 제자리로 올 때도
매번 걸핏하면 삿대질하고 휑하고 돌아섰던 남북한 형제가
세계 어디에도 없던
길고 긴 시간을 얼굴 맞대고 앉아 말을 나누었으니
이 아니 절망스러울 만큼 기쁘지 아니하랴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그런데 점차 말이 딴 데로 흘러가서 매듭을 못 짓고
사과 하라에 확성기 철수 하라에
40여 시간을 날리었다
사과는 말뿐이고
확성기는 치우면 되는데
무슨 어린애 수작 하는가
바다에 잠수함 띄우고 하늘엔 B52가 뜨다니
이 무슨 철전지 웬수 같은 동족 살육의 참혹한 술수냐
어디 갈 곳 없어 지하 대피소에 몸을 피하란 말이냐
어디 할 데 없어 제 혈족에 간악한 남의 손을 빌려 뭉개자는 거냐
지금 이 땅엔 빨갱이도 없고 노랭이도 없다
하나도 다르지 않은 남북한 우리뿐 인데
반세기가 넘는 동안
하늘이 울고 땅도 울었던 참혹한 분단의 한복판에서
아무 말 말고 그냥 껴안고 서로 잘못을 빌자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더 이상 술수에 휘말리지 말자
그런데 자꾸 이상한 소리들을 한다
일 꾸며 놓고 서로 뒷소리
제 잘 난체 하는 것이 이상하다
어디 기댈 데 없는 북인데
어디 나눌 곳 없는 남인데
또 무슨 허튼 수작 없기를
외세에 놀아나지 않기를
지금 서로가 꼭 안아 줄 때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글/ 무세중(통일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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