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 작가의 광복70년 倭傷(왜상)희곡 연재
최송림 작가의 광복70년 倭傷(왜상)희곡 연재
우리들의 광시곡(원제 노르마)/ 최송림作
광복(분단) 70년을 맞이하면서, 광복의 아픔을 되새기고, 지난 36년간의 일제에 의한 치욕적인 역사를 우리 스스로 뒤돌아보고, 반성하기 위해 최송림 작, 왜상(倭傷)희곡 ‘우리들의 광시곡(원제 노르마)’을 7월 첫 호 부터 연재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나오는 사람들
이또딸(한교수의 생모, 종군 위안부), 한교수(45년생 해방둥이, 대학교수‧사학자), 조선희(50년생 전쟁둥이, 한교수의 아내), 김태산(국회의원‧정계 실력자), 김달봉(김태산의 젊은시절, 정신대 모집책‧위안소 경영), 한세찬(한교수의 아들), 김보라(한세찬의 약혼녀, 김태산의 손녀), 강둘자(정신대, 종군 위안부), 일본군1, 일본군2, 일본군3, 사회자(텔레비전 속의 아나운서 목소리)
*때/ 1990년도 전후를 기점으로 태평양 전쟁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대/ 한교수의 서재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소가 주 무대이다.
제 1 장
(막이 오르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한세찬이 관중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하고 큰 동작으로 힘차게 지휘를 시작하는 모습의 그림자가 그로테스크하다. 새로 작곡한 광시곡(狂詩曲)을 발표하는데, 지휘봉이 어쩐지 좀 투박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어둠 속에서 두 눈이 특수 장치로 깜박이듯 빛을 발하는 고양이 울음소리, 고양이 울음소리는 연주에 대항하듯 집요하다. 이미 객석의 불이 꺼졌을 때부터, 관객들은 화면을 볼 수 없지만 TV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면의 소리가 시작됐다. 그러니까 TV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소리와 더불어, 세찬의 그림자 연주와 고양이 울음소리가 동시다발로 펼쳐지는 것이다. 한교수의 복잡한 머릿속을 상징하듯이 말이다. 동그란 조명 속의 한 교수는 서재의 의자에 앉아 이산가족 상봉 녹화 테이프를 보다가 깜박 잠든 듯 졸고 있다. 그는 꿈속에서 한세찬의 연주와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보면 되겠다. 다만 TV에서 들려오는 소리만은 현실이다.)
사회자(소리)/ 한대륙 교수, 하면 민족주의 사학자로서도 유명하신데, 이산가족의 슬픔을 안고 사셨군요. 할머니, 아드님과는 언제 헤어지셨습니까?
이또딸(소리)/ 난리통에 피난길애서… 아들이 해방둥이니까 대여섯 살 먹었을 게요.
한교수(소리)/ 어머님께선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제 목에 목걸이를 걸어놓으셨거든요. 벽조목(霹棗木)에 ‘일식’이라는 글자를 얼기설기 새기셔서…
이또딸(소리)/ 태백산 동쪽 기슭에서 벼락 맞은, 길(吉)한 대추나무라고 우리 친정어머니가 시집올 때부터 나무 목걸이 그대로 갖고 계시던 건데… 내가 집 떠날 때 부적삼아 정표로… 그걸 다시 아들에게…
한교수(소리)/ 바로 이겁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처럼 제 몸의 일부인 셈이지요.
사회자(소리)/ 일식이란 무슨 뜻입니까, 할머니?
이또딸(소리)/ 무슨 특별한 뜻이 있다기보다…
한교수(소리)/ 고아원에서 한동안 일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한씨 성을 가진 원장님이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자신의 호적에다 대륙이라고 바꿔 올렸어요(일순 고양이 울음소리가 최고로 고조되는 순간 한 교수 깜짝 놀란 듯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서며 외친다)
한교수/ 어머니(동시에 세찬의 그림자 연주와 고양이 울음소리 뚝 그치고 VTR 소리만 남 는다)
한교수(소리)/ 일식이란 일본 냄새가 난다고… 원장님은 만주에서 독립 운동을 하시던 분이었거든요. 남자란 모름지기 대륙성 기질을 가지고 호쾌하게 살라는 그분의 뜻이 담긴 듯싶습니다.
사회자(소리)/ 이렇듯 학자로 성공한 아드님을 다시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세요, 이또딸 할머니? 그러고 보니, 성함이 참 재밌습니다?
이또딸(소리)/ 딸만 일곱인 집안에 제발 딸 좀 그만 낳으라고 그만이, 그래도 딸이니까 마지막이라고 막딸, 해도 부질없이 또 딸을 낳자 또 딸… (조선희가 한교수의 외침을 들었는지, 웬일인가 싶어 들어오면 무대 전체가 밝아진다. 그녀는 TV 화면을 보고 딱하다는 듯—)
조선희/ 또 저 비디오예요? 8·15특집 좌담회, 방금 끝났어요. 조용하길래 그걸 보시나 했더니….
한교수/(정신이 좀 드는지) 깜박 졸았나 봐.(계속)
작가소개/
최송림은 희곡작가로 경향신문,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데뷔했다. 무대에 올린 주요작품으로 2003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도라산 아리랑>을 비롯하여 <에케호모(ECCE HOMO:이 사람을 보라)><조통수(祖國統一喇叭手)><버들피리><색동 가죽신><콜라병> 등의 통일연극 시리즈와 <간사지><13월><지상에서의 마지막 사랑><황혼의 블루스><돈><마구간><열대야><늦둥이><아버지의 가수><곡쟁이 여자(哭女)><술꾼> 등 60여 편이 넘는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은 <백범 김구><낙타를 위한 레퀴엠><스트리트 가이즈>, 악극 <명동 블루스>외 다수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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