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눌언민행(訥言敏行)의 정신'
기자수첩
눌언민행(訥言敏行)의 정신
공자는 언행일치를 위하여 말과 행동의 속도를 점검하라고 했다. 바로 눌언민행(訥言敏行)이다. 말 더듬거릴 눌(訥), 말씀 언(言), 민첩할 민(敏), 다닐 행(行)으로 만들어진 이 사자성어는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 있는데 크게 더듬는 말과 민첩(敏捷)한 행동(行動)이라는 뜻으로, 말하기는 쉬워도 행(行)하기는 어려우므로, 군자(君子)는 말은 둔하여도 행동(行動)은 민첩(敏捷)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말을 못하면 그냥 행동으로 보여줘라. 느린 말과 빠른 행동이 중요하다. 즉 말하기는 쉬우나 행하기는 어려우므로 군자는 말을 먼저 내세우지 말고 실행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소중히 여기고 입을 놀려 말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화려한 말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며, 말하기 전에 행동하고 ,행동하고 나서 말하라”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요즘 북경기지역의 정치인들을 취재 때문에 종종 만나는데 그들에게 눌언민행의 뜻을 정말 알려주고 싶다. 물론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예를 들면 주위 환경과 상황이 그때그때 달라지기 쉽다. 또한 말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 여건이 달라지다 보니 ‘꼭 하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말(글)은 몸과 마음의 일부가 관여하지만 행동은 몸과 마음의 전부가 움직이기 때문에 말은 쉽지만 행동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처럼 말은 원래 빠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속도를 늦추고, 행동은 원래 느린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 말은 실행이 준비된 뒤에야 말하게 되고, 행동은 말을 한 다음 일어나게 된다. 북경기 지역의 의정부만 보더라도 말은 빠르고 행동은 느리고, 아니 아예 없어지는 사업이나 계획들이 종종 있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관청(官廳)은 국가의 사무를 집행하는 국가 기관이다. 그런데 관청의 청(廳)자를 보면 여러 부수가 모여 구성되어 있는데 귀 이(耳),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한 일(一), 마음 심(心) 이렇게 여섯 글자가 합하여 ‘들을 청(聽)’자가 만들어졌다. 그 의미를 보면 귀 이(耳)와 임금 왕(王)은 듣는 것이 왕처럼 매우 중요하고, 옆의 열 십(十)과 눈 목(目)은 열 개의 눈으로 보듯 하고, 하나 일(一)과 마음 심(心)은 하나의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관청에서 일하는 관리들은 모든 일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말은 사려 깊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고 했다. 성경에도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은 말보다는 행동이, 행동에 앞서 경청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이 너무 변화무쌍하여 방향감각을 잃고 삶의 지침마저 혼란스러운 때이지만, 눌언민행이라는 가르침이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람은 짐승들과 달리 배불러야만 편하고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비밀은 나만의 것이 아닌 이웃과의 관계 속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늦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카자흐스탄의 속담이 있다. 말을 했으면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인들이 마인드가 중요한 시절이다. 그래서 언제나 백성과 소통하고 싶었던 세종대왕의 애민정책이 ‘간절히’ 생각난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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