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이어)
조선희/비디오를 틀어놓구요?(마침 ‘또 딸을 낳자 또 딸…’이라는 이또딸의 끝말과 함께 웃음소리가 와그르르 쏟아지자 비디오를 끄고) 좌담회는 세찬이가 녹화해 놨어요. 보라가 당신 말씀 잘 하신다고 시종 존경어린 눈빛입디다. 장차 며느리한테 존경받고 살게 생겼으니, 당신은 좋겠수?
한교수/(쏘아주듯) 당신은 어머님 걱정도 안돼?
조선희/왜 안 되겠어요? 어디 여행이라도 하시다가 세찬이 결혼식 날에 맞춰 돌아오시겠죠.
한교수/여행? 집 나가신 지 벌써 한 달도 넘었어. 돌아오실 분이라면 여태 전화 한 통화 없으시겠어? 가방에 짐까지 챙겨 나가셨다며?
조선희/ 글쎄, 세찬이 결혼이 며칠 안 남았으니 그때까진 기다려보자구요. 설마 하니 하나밖에 없는 손자 결혼식에 참석 안 하실까!
한교수/ 그렇다고 이렇게 앉아만 있으면…
조선희/ 그럼 절더러 어쩌란 말예요?
한교수/ 장모님이 그러셨다면 이러고 있진 않을 거야.
조선희/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듯) 얼마나 더 못된 며느리로 몰아붙여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당신 어머님이 불편해하실까 봐, 모시고 살던 친어머니까지 방 한 칸 얻어 나가 사시게 했어요!
한교수/ (조금은 미안해) 그건…
조선희/ 도대체, 어머님이 가출하신 이유가 뭘까요?
한교수/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어. 우리가 무심중에 섭섭하게 해드린 게 없는지 당신도 한 번 잘 생각해 봐요.
조선희/ 전 하느라고 했어요.
한교수/ 세찬이하고도 별일 없었지?
조선희/ 글쎄요, 고양이 때문에 약간 신경전이었던 것 빼고는… 세찬이는 워낙 동물애호가잖아요. 어머님은 고양이 울음소리만 나도 질겁을 하셨구.
한교수/ (혼잣말처럼) 지금은 고양이마저 죽고 없는데 말이야.
조선희/ 어머님이 가출하신 날 고양이가 죽은 것도 참 이상하죠?
한교수/ (신경질을 부리듯) 이상할 것도 많구먼. 우연이겠지!
조선희/ 누가 뭐랬다고 화를 내고 그러세요?
한교수/ 어머님이 나가신 뒤에 쥐약을 먹었는지도 모르잖아?
조선희/ (가시가 돋쳐) 그거야 누구도 모르죠.
한교수/ 장모님께선 이사 가시면서 아무 말씀 없으셨어?
조선희/ 그만두세요.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이 집이 누구 집이에요? 전쟁과 부가 허리가 휘도록 삯바느질해서 딸 하나 공부시켜가며 마련한 집이에요. 내 여학교 때 당신이 가정교사로 입주해 눌러앉은 후…
한교수/ 그래, 내가 이만큼이나 된 건 모두 다 장모님 덕분이지. 이제 됐어?
조선희/ 그런 우리 어머니가 말년에 왜 혼자 셋방살이를 해야 하죠?
한교수/ 여보!
조선희/ 말씀해 보세요.
한교수/ 장모님이 그렇게 하시는 게 편하다고 하시기에… 우리가 가까운 이웃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잖아. 생활비도 충분히 드리구.
조선희/ 지금 생활비가 문제예요? 좋아요. 우리 어머닌 그렇다 쳐요. 그럼, 세찬이와 보라는 뭐예요? 당신 어머님 때문에 결혼식을 망칠지도 모르잖아요?
한교수/ (화를 벌컥) 당신은 마치 어머니를 만나지 말았어야 좋았겠다는 말투군. 원망하는 거야?
조선희/ 사실 전 힘들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시어머니란 분이 나타나서는 우리 가정의 중심에 턱 자리 잡으셨을 때, 정말 어려웠다구요.
한교수/ (말없이 혼자 삭이려는 표정이 역력하다)
조선희/ (애써 자제하듯) 미안해요. 이런 말까지 하게 되다니….
한교수/ 이런 어려움이 어찌 우리 가족뿐이겠어.
조선희/ 민족적인 슬픔이고 비극이라구요? 네, 그래서 묵묵히 받아들이며, 참고 견딘 거예요.
한교수/ (폭발하듯) 지금은 못 견디겠다는 거야, 뭐야?
조선희/ 나도 모르겠어요.
한교수/ 그럼 당신 맘대로 한번 해봐 (한세찬과 김보라가 들어온다)
한세찬/ 어머니, 보라 가겠답니다.
김보라/ (엄지를 세워 보이며) 교수님, 최고예요!
한교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어 보이며) 그래, 고맙다. 어서 가봐, 늦었구나.
조선희/ (짐짓 웃으며) 당신 좌담회 보다가 늦은 거예요.
한세찬/ 아버지, 전 아버지 말씀 중에서, 건국 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 친일파를 척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하신 부분이 제일 통쾌했어요.
한교수/ 모두 다 아는 얘기 아니더냐?
한세찬/ 민족분단의 시작인 광복은 미완성 교향곡 같은 거라고 정의하실 때, 하나의 영감도 얻었구요.
김보라/ 완성 교향곡을 작곡해 휴전선하고도 비무장지대, 나아가서는 현해탄 페리호 선상에서 발표회를 갖겠다나요?
조선희/ 현해탄은 또 왜? 너희 젊은 세대들, 왜색문화에 오염되었다고 꼬집지 않으시던? 요즘 신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 정책은 경제침략과 문화침탈을 교묘하게 병행하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호통 치실 때는 영락없는 훈장님이시더라.
김보라/ 전 결론 부분에서 반일이나 극일보다는, 먼저 일본을 정확하게 아는 지일이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이 제일 가슴에 와 닿았어요.
한세찬/ 그런데 참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텔레비전를 보면서 죽 그 생각을 했는데… 우리들 마음속엔 족발이놈들, 왜놈새끼들 제까짓 게… 하는 위안이 있었거든요.
조선희/ 제아무리 부자고, 첨단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했어도 정말 쌍것들이라면 별것 아니잖니.
한세찬/ 맘껏 무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그들은… 내가 그토록 믿어왔던…
조선희/ …천한 쌍것들이 아니란 말이지, 전혀! 매스컴에서 말하듯, 검소하고 절도 있는 선진국민이더란 말이니?
한세찬/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지 않는 개인, 풍요로운 국가! (한교수에게) 이젠 무엇으로 그들을 만만히 보죠, 아버지?
조선희/ 얘얘, 그만둬. 지금 아버지 귀에는 아무 말도 안 들리신단다.
김보라/ (얼른 눈치 채고) 정말 걱정이에요. 제 혼수 문제로 할아버지께서 내일 여기 오신다고 하셨는데… 할머님께 예단을 뭘 해드려야 좋을지 신경을 쓰시는 눈치셨어요.
조선희/ 그래, 부모님께선 언제 귀국하신댔지?
김보라/ 너무 바쁘셔서 결혼 사흘 전에나 나오신대나 봐요. 전 상관없어요. 제겐 할아버지밖에 없으니까요.
조선희/ 그래도 그렇지. 바쁘신 할아버님께서 이리저리 뛰실 수야 있나.
김보라/ 꼭 제 문제 때문이겠어요? 교수님 국회에 나가시는 일로 상의하고 싶으신 게 더 크실 걸요?
한교수/ 너희들이 신경 쓸 일 아니다. 어서 가봐.
김보라/ 미리 전화 드렸어요, 교수님. 그런데 할머님은 왜 안 돌아오실까요?
조선희/ 그 이유를 몰라 이리 애가 타는 것이 아니냐.
한세찬/ (조선희에게) 아뇨, 지금 생각하니… 우리 약혼식 후부터 할머니가 달라지신 것 같지 않아요?
김보라/ (민감하여, 정색을 하고) 무슨 뜻이죠?
조선희/ 얘는, 너희들 약혼식 때 얼마나 기뻐하셨는데 그래?
한교수/ (생각을 좇아) 아냐.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아요. 어머님이 밤중에 주무시다가도 고앙이 울음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깨셔서는…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리셨다고… 장모님이 걱정하셨잖았어?
조선희/ 하긴, 외할머니가 나가신 게 그때니까. 사돈간에 한방 쓰시는 게 불편하셔서 그런 줄 아시고… 아휴, 얘얘, 우리가 이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어서 보라나 바래다주렴.
한세찬/ 네. (가자고) 보라야!
김보라/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한교수/ 그래, 너무 늦었다.
한세찬/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세 사람 나가면, 한 교수 다시 생각에 잠긴다. 전화벨 소리에 기대를 갖고 얼른 수화기를 든다.)
한교수/ (실망하여) 네, 제가 한대륙입니다만… 아, 그러세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큰 힘이 되고말고요. (웃으며) 예, 예, 그럼… (수화기를 놓고 서성인다. 전화벨 소리.)
한교수/ (잠시 망설이다가, 수화기를 귀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를 거셨으면 말씀을 하셔야죠.(대답이 없는지 수화기를 놓고 돌아서서 책을 펼친다. 다시 전화벨.)
한교수/ (예감에 사로잡혀 수화기를 들자마자) 어머니시죠? 어머니가 맞으시죠? 아, 김 의원님! 제가 결례를 했습니다. 염려해 주시는 덕분에 잘 있습니다. 네, 조금 전에 출발했습니다. 아, 예… 제가 정치에는 워낙… 아니에요, 오실 필요까지야! 애들 혼사 문제 때문이라면 몰라도… 네, 네… 꼭 그러시겠다면, 기다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놓는데 어느덧 방에 들어와 있는 조선희)
조선희/ (부추기듯) 여보, 하늘이 준 기회예요. 수락하세요. 학계 대표로 추천 하신다잖아요. 원님 덕에 나팔 좀 불어봅시다.
한교수/ 이 위인이 왜 그렇게 붕 떠서 안달이야?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 기다려 봐요. 어머니만 돌아오시면….
조선희/ 국회의원 사모님 소리 한번 듣게 해 주구려. 전국구니까 도떼기시장 같은 선거전 치를 걱정도 없고 얼마나 좋수. 당신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을 때 행운을 꽉 거머잡아야죠.
한교수/ 당신, 나 물래 증권 투자했다 상투 잡고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 또 주가 타령이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조선희/ (혼잣말처럼) 휴, 고작 제 밥그릇 챙기는 재주밖엔 없으니… 쥐어주는 떡도 싫대요, 싫대! 떡은 누가 매일 주나? 휴….
한교수/ (다둑거리듯 부드럽게) 장모님께 들른다더니, 왜… 가자미 식혠가 뭔가 가지러 간댔잖았어.
조선희/ (짐짓 낭만적인 목소리로) 애들 이별하는데 방해가 될까 봐서요. 꼭 우리 연애할 때 같은 거 있죠? 샘이 다 날 만큼 다정하게 재잘대지 뭐유. 그래 나도 짝꿍 찾아 한달음에 달려왔죠, 뭐. (한교수에게 다가 앉으며 몸을 은근히 기댄다)
한교수/ (털어내듯) 채신머리없이 왜 이래?
조선희/ 그깟 채신 좀 없으면, (더욱 찰싹 붙으며) 어때요.
한교수/ 먼저 들어가 자. 난 조금 있다가 들어갈 테니까. 세찬이 올 때도 됐잖아.
조선희/ (눈치를 살피며 마지못해)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되도록 빨리 들어 오세요. (속삭이듯) 독수공방은 싫으니까! (조선희 나가면, 전화벨. 한교수, 수화기를 들고 무심히―)
한교수/ 네, 말씀하시죠. 여보세요. (대답이 없자, 전화를 끊는다. 다시 전화벨, 수화기를 들고)
한교수/ (짜증스럽게) 여보세요, 여보세요!(동그란 조명을 머리에 이고 한쪽에 드러나는 할머니, 이또딸)
이또딸/ (경상도 사투리) 에미다. 미안하대이.
한교수/ 어머님! 거기 어디세요?
이또딸/ 아무 걱정 말거라. 난 예전처럼 혼자 잘 있다. 아무래도 혼자생활이 몸에 배어서 그런지 이게 젤 편한 것 같대이.
한교수/ 그런 말씀이 어딨습니까? 어떻게 찾은 어머님이신데요.
이또딸/ 너희들을 만나 참말로 행복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로 행복한 꿈을 꾼것 같대이.
한교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당장 모시러 가겠습니다.
이또딸/ 고맙다만… 아범아, 이 못난 에미가 어려운 부탁 좀 해도 되겄나?
한교수/ 말씀하세요, 뭐든지요!
이또딸/ 세찬이 외할머니 다시 집에 모셔와 살도록 해라.
한교수/ 그것 땜에 나가셨어요?
이또딸/ 또 세찬이 혼사 문제 말인데… 없었던 걸로 하면 어떻겠노?
한교수/ (당혹스럽게) 예?
이또딸/ 그 김의원인가 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더라. 힘깨나 있다고 우쭐거리고 돈 자랑하는 그런 집안과 사돈을 맺었다간, 우리 세찬이 처가에 잡혀 기죽고 살기 십상이겠더라.
한교수/ (입가에 웃음을 떠올리며) 혹시 세찬이 약혼식 날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 아니세요?
이또딸/ (머뭇거리다) 사돈 앞에서 오줌 좀 쌌기로서니 그렇게 망신을 주다니… 세찬이, 갸들 알까 싶어 낯을 못 들겠더구만.
한교수/ ‘농사에는 오줌보다 더 좋은 거름이 없다’… 거, 농담으로 한 말을 가지고 뭘 그러세요, 어머니?
이또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은 아직도 똥오줌을 못 가리느냐고 조롱하더구나. 그런 사람과 어떻게 사돈을 맺노.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여) 내 눈에… 그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대이. 아니, 내가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도 안 된다!
한교수/ (어안이 벙벙하여) 그렇게까지 노하셨어요, 어머니?
이또딸/ 아무튼 안 된대이! 그리고 집안에서 혹 이상한 치부책 같은 거 하나 못 봤나?
한교수/ 치부책요?
이또딸/ 수첩 말이다. 내가 오랫동안 간직해오던 건데, 아무리 찾아도 없대이.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한교수/ 중요한 겁니까?
이또딸/ 뭐… 별 건 아니다만…
한교수/ 전 못봤구요, 에미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이또딸/ 그럴 필요까진 없고, 비슷한 게 보이거든 아무도 모르게 찢어버리든지 불태워 없애라. 부탁한대이. 잘 있거라.(전화 뚝 끊어지고, 이또딸 할머니 어둠 속에 파묻힌다.)
한교수/ 어머니! 어머니!
조선희/ (잠옷 차림의 조선희가 들어오며 무심코) 여보, 안 건너오고 뭐하세요? (한교수, 수화기를 놓고 멍하다)
조선희/ 어머님 전화예요? 그렇죠? (한 교수, 고개를 끄덕이는 둥 마는 둥 뒤통수라도 맞은 듯 말없이 소파에 앉는다.)
조선희/ (궁금하여) 대체 어디에 계신대요? 왜 나가셨대요?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요?
한교수/ (혼잣말처럼) 여보….
조선희/ 아유, 답답해.
한교수/ 세찬이 결혼 날짜가 며칠 남았지?
조선희/ 딱 보름요.
한교수/ (떠보듯) 일단 연기하면 어떨까? 어머님부터 찾고 결혼식을 올리는게 순서일 것 같아서 말이야.
조선희/ 그럴 순 없어요. 이게 어디 보통 결혼식이에요? 일제가 조선의 지맥을 끊는다고 산에 박았다는 철심, 그 쇠말뚝을 찾아내 뽑는 뜻 깊은 행사장에서 애들 결혼식을 올리자고 김의원님이 제안했을 때 당신이 어떻게 했어요? 제일 먼저 쌍수를 들어 환영했잖아요.
한교수/ 그땐 그 운동을 주도하시는 김의원님을 생각해서… 내가 또 그 단체 자문 교수고. 암만 생각해도 너무 정치적인 것 같아. 좋은 예식장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야.
조선희/ 핑계대지 마세요.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들 문제예요, 어머님 때문에 애들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잖아요? 일생의 중대사를!
한교수/ 애들도 잘 얘기하면 이해할 거야. 어머님의 노여움이 대단하셔!
조선희/ 무슨 노여움요?
한교수/ 세찬이 약혼식 날, 오줌사건….
조선희/ (킥킥대며) 실례도 그런 실례가 어딨어요. 김의원님과 처음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옷을 입은 채 그만 실례를 했으니!
한교수/ 방광이 안 좋으시니까 그럴 수도 있지.
조선희/ 그렇다면 아무 문제도 아니네요, 뭐. (못 박듯) 뭐라셨든 애들 혼사만은 불변이에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김의원님이 총선 전에 반드시 결혼식을 올려야 할 사정이 있으시댔잖아요. 보라 부모님도 그날짜에 맞춰 귀국하신댔고요. 언론에도 보도가 나갔고, 신부 쪽 청첩장은 벌써 돌린 걸로 알아요.
한교수/ 내겐 어머니를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 마침 잘됐군. 내일 김의원님이 오신댔으니까, 상의해 볼게. 그 문제는 내게 맡겨요.
조선희/ (한교수를 일으키며) 여보, 들어갑시다. 푹 주무시고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셔야죠. 내일 오전에 김의원님이 오셨을 때 실수라도 하면 큰일 아닙니까? 여보~. (고민에 빠진 한교수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면,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