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일제가 날조된 역사 ‘고려장(高麗葬)’
현성주 기자의 문화 에세이
일제가 날조된 역사 ‘고려장(高麗葬)’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고려장(高麗葬)’은 절대 없었던 역사다. 자식이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는 장례 풍습으로 효(孝)를 강조하는 일부 설화로 전해지지만 역사적 사실은 절대 아니다. ‘기로전설(棄老傳說)’이라는 설화가 있다. 그 내용은 70살 된 늙은 아버지를 아들이 지게에 지고 산중에 버리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함께 갔던 손자가 나중에 아버지가 늙으면 지고 오겠다며 그 지게를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이에 놀란 아들은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지성으로 봉양했다는 이야기며, ‘노모의 지혜’라는 설화는 아들이 늙은 어머니를 산에 버리려 했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돌아가는 길을 잃을까봐 가지를 꺾어 표시를 했고 그 모습을 본 아들은 차마 어머니를 버리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모시고 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냥 설화일 뿐이다.
고려시대에는 조부모나 부모가 살아 있는데 그 자손이 제대로 공양을 하지 않거나 부모나 남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슬퍼하지 않으면 법으로 엄격히 처벌하는 등 효(孝)를 매우 강조한 국가였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상복 착용의 기간을 오복(五服)제도로 법제화할 정도로 유교적 의례를 중시하였다. 이처럼 노부모를 제대로 공양하지 않으면 불효죄로 매우 엄격히 처벌했던 당시의 윤리의식과 고려장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려시대 이전 국가들의 장례 풍습을 기록하고 있는 ‘삼국지(三國志)’ 등의 기록에서도 이러한 풍습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고고학적으로 뒷받침되는 자료들도 없다.
1882년에 발간한 ‘은자의 나라 한국(Corea : The Hermit Nation)’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미국의 그리피스(William Elliot Griffis)라는 사람이 일본에 머물면서 한국의 고대 사회에서 노인을 산 채로 묻어 버리는 고려장과 산신이나 해신에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제(人祭)가 성행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그리피스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자연과학을 전공한 학자로 일본 정부의 초빙으로 도쿄가이세이학교(東京開成學校)에서 강의한 사람으로 일본이 조선에서 미신과 전제왕권을 몰아내고 서구문명과 기독교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친일학자였다. 또한 그는 당시 조선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으며, 단지 일본의 자료들만 의존해서 조선의 역사와 풍습을 기록했는데, 일부 설화의 내용을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왜곡한 사람이다.
그리고 고려장은 일제강점기에 와서는 더더욱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1919년 미와다 다마키(三輪環)가 펴낸 ‘전설의 조선’과 1924년과 1926년 조선총독부와 나카무라 료헤이(中村亮平)가 펴낸 ‘조선동화집’ 등에 고려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록되었고, 대표적 친일학자 이병도(李丙燾)가 1948에 쓴 ‘조선사대관(朝鮮史大觀)’과, 1963년 김기영(金綺泳)감독의 ‘고려장’이라는 영화 등을 통해 고려장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부모에 대한 효성이 강한 나라는 별로 없다. 고려장이라는 말은 일본이 조선을 미개민족이라는 의식을 만들기 위해 지어낸 왜곡된 역사다. 참고로 일제강점기 때 조작된 역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봉덕사신종을 에밀레종으로 만든 것과 장례풍습에 있지도 않은 고려장을 마치 고려시대 풍습인양 조작한 것으로 무서운 일본의 문화침탈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나라의 석관묘(돌널무덤)를 도굴할 때 무덤 안에 발굴된 식기, 수저 등의 유물을 근거로 고려장이라는 말을 지어냈다. 왜냐하면 무덤 안에 청동 수저, 식기 등을 비롯한 값 비싼 부장품을 일본으로 유출시키기 위한 근거로 이러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다. 무덤에 부장품을 넣는 문화는 이미 9천년 이전부터 있었던 오래된 우리나라의 장례풍습이었다. 요즘 일본 아베정권의 노골적 우경화 현상을 보면서 일본의 이러한 문화적 침탈이 정말 무섭다는 느낌이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에 대해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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