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꼴찌없는 달리기'
꼴찌없는 달리기
한 초등학교의 운동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초등학교에는 연골무형성증 이라는 지체장애 6급을 가진 아이가 있는데, 매년 열리는 운동회는 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날이다. 왜냐하면 늘 꼴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운동회에는 아이들이 달리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맨 뒤에 있는 이 친구의 손을 잡고 똑같이 결승선을 넘었다. 이 일이 모두에게 감동을 주어 신문에 기사화 되었다.
가슴 훈훈한 이야기다. 달리기라는 게임 그 자체는 순위를 가리기 위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게임의 규칙을 해체하였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현재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같이 교차된다. 오늘 우리는 운동회 달리기처럼 앞에 가기에 바쁜 게임에 몰두해 있다. 저마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뒤는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아이들에게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뒤처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공부를 위한 온갖 정보를 모으기에 바쁘다.
아이들의 달리기 게임은 아마도 어른들의 경쟁심리가 반영된 게임이 아닐까 한다. 스포츠만이 아니다. 다행이 현재 초등학교 성적표는 예전처럼 수우미양가로 나오지 않고, 선생님들의 평가로 나오기는 하지만, 이후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 과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대이익= 행복이라는 도식 하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1등에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실상 행복의 가치는 1등을 해서 얻어지는 기쁨 이상이다. 그런데도 1등만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1등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은 능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능력만 뛰어나고, 그 안에 자비심을 가진 사람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회일 것이다. 그렇다고 능력은 없고, 착한 사람만 산다면 그 사회는 답답하고 불편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 양자가 균형을 이루어야 할 텐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너무 능력만 강조하는 극단적인 사회로 되어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아무리 부자라도 자신 주변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물적 자본과 더불어 사회자본이 필요하다. 여러 재화나 기본 생산물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재화만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물적 자본과 더불어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 곧 사회자본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산을 빼앗길까봐 두려워서 날마다 불안가운데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내가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우연한 이득이 순전하게 자신의 노력만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대기업은 그들의 물건을 소비해 준 소비자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자녀들은 자신들의 부모님이 있었기에 지금 그 자리에 잊게 된 것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배려하고, 자식들은 부모님을 배려하고 효도할 때 사회와 가족이 모두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가능하게 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생각하는데서 공동체가 양극화로 빠지지 않고,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운동회서 있었던 ‘꼴찌없는 달리기’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 아이들은 기존의 규칙과 문법을 해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문법을 새롭게 창조하였다. 경쟁이 아니라, 같이 달리는 것을, 한 사람만이 일등이 아니라, 모두가 일등이 되는 새로운 규칙을 창조한 것이다. 우리의 시선을 ‘앞’에서 ‘옆’ 그리고 또 ‘뒤로’ 돌려야 한다. 그래서 모두 함께 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갑’이니까 ‘을’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모두가 ‘갑’인 사회를 내다보아야 한다. 그래야 나도 남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글/ 서기원(본지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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