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컬럼, 바보들은 언제나 ‘결심’만 한다
함께 생각해 보는 칼럼
바보들은 언제나 ‘결심’만 한다
중국의 오랜 역사를 만들어 온 영웅호걸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서 중국 사회의 흐름을 묵묵히 도와준 사람들이 있다. 마치 지하수의 수맥처럼 밑에서 혹은 뒤에서 조용히 영웅호걸들을 도왔다.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그들을 유협(遊俠) 또는 ‘임협(任俠)’, ‘호협(豪俠)’이라고 부르는데 ‘유협’은 의리를 중히 여기고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임협’은 체면을 소중히 여기면서 강자를 물리치고 약자를 돕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호협’은 호걸스럽고 협기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에 있어서 공통되는 점은 협(俠)으로, 의리와 체면과 호걸스러움을 갖춘 사나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의리를 신봉하며 목숨을 걸고 그것을 실천했다. 이와 같은 ‘유협’들은 야(野)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단순한 백성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었다.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 즉 조직과 구심점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유협들은 강한 동료의식과 연대의식으로 굳게 뭉쳐져 있었다. ‘유협’들은 이와 같은 연대감을 발판으로 제도적인 규범과는 별개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면서 때로는 ‘제도권(制度圈), 즉 권력에 협조하는가 하면 권력과 대립하기도 하며 오랜 중국의 역사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삼국지(三國志)의 유비(劉備)였다. 유비를 도와준 많은 명장들이 유협출신이었다. 삼국지의 삼국지 촉서(蜀書) ‘선주전(先主傳)에서는 유비의 젊은 시절의 생활에 대해 ‘유비는 유협들과 교분을 맺었고, 연소(年少)한 사람들이 다투어 그를 따랐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삼국지는 당시 유비의 품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유비는 말이 적고 아랫사람에게 관대했으며, 희로(喜怒)를 겉으로 나타내지 않았다’ 유비는 이처럼 젊었을 때부터 거물의 품격을 갖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와 같은 유비를 흠모하여 모여든 ‘유협’ 중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였다. 관우와 장비는 유비를 위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목숨을 걸었다. 유비를 정점으로 관우와 장비의 이 같은 강력한 결합은 단순한 주종관계(主從關係)가 아니었다. 그들의 결합은 ‘유협’이라는 연대의식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유협들은 언제나 그늘진 곳에서 활약했다. 그들은 권력이 안정되고 체제가 다져진 평화로운 시대에는 사회의 표면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동란(動亂)의 시대가 되면 표면으로 밀려나와 난세를 지휘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런 ‘유협’들의 존재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시한 사람이 중국의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유협의 행동 원리는, ‘말한 것은 반드시 행하고 행한 것은 반드시 성과를 올린다.(言必信 行必果)’라는 것이었다. 일단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일단 시작한 일은 단호하게 해낸다는 뜻이다.
사마천은 유협들에 대해 또 말했다. ”유협은 그가 행하는 것이 정의에 어긋나는 일일지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시작한 일은 반드시 해내며 승낙한 일에는 열성을 다한다. 그리고 자기의 몸을 아끼지 않고, 남의 괴로움을 보면 자신의 생사를 생각지 않고 돕는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으며 자신이 베푼 덕(悳)을 내세우는 것을 수치로 안다”라고. 그만큼 그들은 결심을 반드시 실행한 인물들이었다.
작금에 대한민국의 시민사회를 돌아보면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이런 유협들의 실천정신이라 여겨진다. 이 칼럼의 ‘바보들은 언제나 결심만 한다’라는 제목처럼 대한민국에는 바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제발 결심만 하지 말고 실천하는 대한민국의 유협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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