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시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이란 무엇일까?
뉴턴의 이론을 뒤흔든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14살 때 이런 상상을 했다고 한다. 만약 내가 빛의 입자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그때 나에게 시간은 어떻게 경험될까? 이 물음에는 이미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통찰이 들어있다. 우리는 보통 시간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뉴턴도 오늘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이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시간에 대한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간이란 과연 절대적인 것일까? 아니면 상대적인 것일까? 시간이란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들은 근대적 시간계산 곧 시계적 시간에 따라 살아간다. 1시간을 60분으로 나눈다. 1분을 60초로 나누며,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한 달을 대략 30일로 나누고, 1년을 12개월로 나누어 살아간다. 이러한 구분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주기를 계산한 결과이다. 그럼 이런 시계적 시간 도입 이전에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측정하며 살았을까? 전통적으로 동양인들은 농사의 시기에 맞추어 계절을 구분 지었다. 새해와 입춘, 경칩, 초복, 중복 말복, 입추, 추석, 입동 등등 모두 4계절의 순환가운데서 그에 부합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분절하였다. 이것은 기계적인 측정방식이 아니라, 계절의 순환에 따른 측정 방식이 있었다. 서양에서도 중세의 수도원에서는 종을 쳐서 마을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기도 하고, 미사와 기도의 시간을 알리기도 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계절과 섭리에 따라 자신의 삶을 여유 있게 구획하면서 살았다. 옛날 사람들은 우주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와 임무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들에게 있어 시간이란 마을과 사회 전체와의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정해진 것이었다. 그 정해진 장소를 이탈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옛날 사람들의 시간 경험은 퍼즐 그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퍼즐 그림은 그림에서 한 조작만 빠져 있어도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신에게 기도할 시간 농사할 시간에 맞추어 자신이 할 일을 조화롭게 잘하면, 그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근대의 시계적 시간 도입이후 시간은 그림에서 직선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제 시간은 어떤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진행되는 기관차와 같아서 천천히 가거나 늦으면 정체되어 있거나 퇴보한다고 생각하였다. 사람들은 이때부터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시간은 금이다’격언도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보면 거대한 컨페이어벨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점심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밥을 먹여주는 기계를 도입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사업가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휴식 시간을 줄이고, 규칙에 맞게 작업강도를 조정하는 것이 곧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다. 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뜻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근대 이후의 이러한 직선적인 시간과 더불어 분절된 점(點)적인 시간을 살아간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나 미래와 연속성을 가지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오늘’만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잠시 후의 미래에도 관심이 없고, 기억해야할 과거나 전통에도 관심이 없다. 그저 오늘 하루 즐기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모든 이야기와 사건들은 순간의 거품처럼 올라왔다가 사라진다. 정치적인 문제나 국제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잠시 주제화 되었다가 망각될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시간은 돈이라고 생각하기에 시간을 마치 은행에 돈을 저금하는 것처럼 저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 보면 회색신사에 저당 잡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오늘날 우리들은 이렇게 시간에 저당 잡혀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란 결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것도 아니며, 직선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어느 한 점도 결코 아니다. 시대마다 시간을 측정한 다른 방식이 있는 것이고,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 시계의 도입과 더불어 현대인들은 감각적 시간 체험을 망각해 버렸다. 쉴 때 쉬어야 하고, 일할 때 일할 수 있는 생체시간을 망각하고, 오로지 기계적인 시간에 입각하여 성과를 내야하는 자기착취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순간 “시간이 없어~”라는 말로 매일 매일 사라져 가는 점(點)과도 같은 순간의 시간을 살고 있다.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글/ 서기원(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서기원의 '시간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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